<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두 도시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전북 군산과 전남 목포는 다른 듯 닮았습니다.
두 곳 모두 기름진 평야를 가진 곡창지대였습니다.
해산물이 풍부하고 평야가 넓어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했죠.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와 항거의 흔적이
아로새겨진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두 도시는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을 겪었습니다.
도시 곳곳에는 그 시절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일제 시대에 세워진 건축물은
우리에게 무언의 이야기를 던져줍니다.
영욕의 세월을 견뎌낸 이들의
혼이 서려 있는 군산과 목포로 떠나볼까요.
군산은 일제강점기 수탈과 항거의 역사가 또렷하게 새겨진 도시다. 근대역사박물관부터 호남관세박물관, 근대미술관, 근대건축관, 뜬다리부두, 해망굴, 동국사(東國寺), 신흥동 일본식 가옥까지 근대 역사의 생생한 현장이 숱하게 남아 있다.
그중 이채로운 것은 동국사다. 1909년 일본 승려 선응불관이 창건한 동국사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본식 사찰이다. 대웅전은 에도시대 건축 양식으로 외관은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인상마저 준다. 복도를 통해 법당과 요사채가 연결돼 있는 전형적인 일본 절의 모습이다. 모양만 흡사한 것이 아니다. 사용된 목재가 일본산 삼나무인데, 교토에서 직접 옮겨왔다고 한다.
군산 시내에 있는 근대역사박물관은 군산의 지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5920㎡ 부지에 여미랑 같은 숙박체험관과 근대역사교육관 등을 조성해 1930년대 군산의 생활 모습을 복원했다. 근대역사박물관이 있는 옥도면 장미동 일대는 일제강점기 쌀 수탈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일본인이 집단으로 거주한 곳이었다고 한다.
일본식 가옥이 남아 있는 또 한 곳은 신흥동이다. 신흥동 골목 어귀에는 일본식 목조주택의 흔적이 많다. 신흥동 일대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유지들이 주로 거주했다고 한다. 신흥동 주택가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북적대는 곳은 ‘히로쓰 가옥’이다. 일제강점기 포목점을 운영했던 일본인 히로쓰 게이사브로의 집으로 알려져 있다. 2층 목조주택인 히로쓰 가옥의 남다른 규모는 과거 군산에 거주하던 일본 상류층의 삶을 잘 보여준다. 영화 ‘장군의 아들’과 ‘타짜’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히로쓰 가옥 안쪽에는 일본식 정원이 조성돼 있다. 초록잎으로 둘러싸인 신비로운 가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이 볼 수 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남자 주인공(한석규 분)이 운영했던 초원사진관과 군산을 대표하는 빵집 이성당도 근처에 있다.
석조건물 동양척식회사·빨간벽돌 근대역사관목포는 군산과 함께 일제 수탈의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목포는 1897년 부산, 원산, 인천에 이어 네 번째로 개항했다. 기름진 호남평야와 군사적 요충지에 있는 목포를 일본이 가만둘 리 없었다. 호남의 숱한 곡물과 자원을 일제로 빼가는 수탈 창구가 되고 말았다. 목포 구시가지에는 근대사를 대표하는 장소들이 펼쳐져 있다. 목포근대역사관 1관과 2관이다.
빨간 벽돌로 지은 서양식 건물이 이색적인 1관은 1900년에 건축돼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1900년 일본 영사관으로 쓰기 위해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은 건물로, 목포의 개항과 당시 조선의 사회상, 일제의 야욕과 수탈의 역사를 증언하는 사진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전시실에는 대리석으로 치장한 벽난로 등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아이유와 여진구가 주인공으로 나온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1관에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목포근대역사관 2관이 있다. 이곳은 동양척식주식회사(동척) 목포지점으로 사용됐던 이국적인 석조 건물로, 일제의 경제적 본거지였다. 동척 목포지점은 일제강점기에 가장 많은 소작료를 거둔 상징적인 장소다. 이곳에 1920년대 말 목포와 조선 말기의 모습, 항일운동의 역사가 사진으로 전시돼 있다. 구시가에는 외세의 경제적 침략에 대항해 국내 최초로 민족자본으로 설립한 호남은행도 있는데, 현재 목포문화원으로 쓰이고 있다. 목포에 남은 유일한 근대 은행 건물이기도 하다. 1924년 갑자년부터 지금까지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 ‘갑자옥모자점’도 들러볼 만하다.
군산·목포=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