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페이스북이 각각 체결한 대형 인수합병(M&A) 계약 성패가 오는 10월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영국 경쟁시장청(CMA)의 결정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EU 집행위와 CMA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을 하는 EU와 영국의 정부 기관이다. 해당 국가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 간 M&A를 심사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CMA가 '불허' 결정을 내리면 엔비디아, 페이스북 등은 M&A를 포기해야한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기피(Giphy) 인수에 대한 영국 CMA의 결정이 다음달 확정될 전망이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5월 속칭 '움짤'(짧은 동영상) 플랫폼 기피를 4억달러(약 47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인스타그램과 기피를 합친 상태다. 현재 각 국 경쟁당국(공정위)의 심사를 받고 있다. 만약 한 곳에서라도 '불허', '매각' 등의 명령이 나오면 페이스북은 기피 M&A를 되돌려야한다.
영국 경쟁당국인 CMA는 지난 1월부터 페이스북의 기피 인수에 대해 심사 중인데 지난달 "CMA의 예비 조사 결과, 페이스북의 기피 인수가 승인되지 않을 것"이란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페이스북이 기피와 합병하면 페이스북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해져 디스플레이 광고 시장에서 업체 간 경쟁을 저하될 것이란 게 이유로 꼽힌다. CMA는 이벤트 티켓 재판매 업체 비아고고(VIAGOGO)가 비슷한 사업을 하는 미국 스텁허브(Stubhub)를 인수한 것과 관련해서도 "스텁허브의 국제사업을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페이스북은 반발하고 있다. 트위터, 틱톡 등과 같은 경쟁업체들의 지배력이 높기 때문에 페이스북이 기피를 인수해도 시장경쟁이 저하되지 않을 것이란 논리다. 페이스북은 "기피 인수에 대한 '매각 명령' 가능성과 그 명령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크다"며 " "CMA의 예비조사 결과엔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ARM 인수를 추진 중인 엔비디아와 관련해서도 EU(유럽연합)의 경쟁당국 격인 집행위원회의 최종 판단이 오는 10월께 나올 전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앞서 엔비디아의 ARM 인수와 관련해 '우려'를 표명했던 영국 CMA와 비슷한 결과를 내놓을 것이 유력하다. 삼성전자,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은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 ARM과 엔비디아의 경쟁업체(자사) 간 거래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성명서에서 "규제 절차에 맞춰 인수합병을 진행 중이고, 유럽 집행위원회와 협력해 우려 사항을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또 "엔비디아와 ARM의 합병은 ARM, ARM의 고객사, 경쟁업체 및 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페이스북은 이날 정규장에서 1.21% 떨어졌고 엔비디아는 1.43% 하락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