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전동 킥보드, 관련 법이 난립 초래?

입력 2021-09-09 10:15
수정 2021-09-09 11:10
-편의 증진 아닌 혼잡 초래할 수 있어

지난해 9월, 민주당 홍기원 의원(국토교통위원회)이 <개인형 이동수단의 관리 및 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리고 2개월 후 국민의 힘 박성민 의원(울산 중구, 국토교통위원회)도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두 달 간격을 두고 경쟁적으로 개인형 이동 수단의 제도화에 적극 나선 셈이다.

이름만 다를 뿐 두 가지 법안은 내용도 비슷하다. 개인형 이동 수단을 4차 산업의 대표적인 모빌리티로 규정하고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별도 제도를 만들어 안정적인 정착이 필요하다는 배경이 첨부됐다. 국가는 개인형 이동 수단의 인프라 구축과 안전교육, 편의 등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자치단체는 운행 도로 등을 세부적으로 규정한다는 내용이다. 전반적으로 이용 활성화를 제도의 틀 안에 넣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가뜩이나 체계적이지 않은 개인형 이동 수단이 오히려 도시를 더욱 혼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여서 이동수단 대여사업자 간의 증차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 경우 도시는 다양한 기업의 수많은 전동 킥보드가 섞여 난립할 수밖에 없고 이는 개인형 모빌리티의 제도 정착이 아니라 모빌리티 산업의 혼선을 초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개인형 이동 수단이 허가제로 운영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동의 기능과 역할 때문이다. 유상 운송 수단인 만큼 이들이 흡수하는 이용자는 대부분 버스, 지하철, 택시 이용자라는 점에서 이동 수요가 분산되기 마련이다. 국내 자가용 및 영업용 등록대수를 감안할 때 이동 수단 자체가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형 이동 수단의 난립은 오히려 도시 교통의 흐름을 복잡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해외 일부 도시는 이미 허가제를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카고는 개인형 이동 수단을 운송사업의 영역으로 보고 입찰을 통한 등록, 허가제를 채택했다. 과거 마찬가지로 워낙 많은 기업이 난립, 혼잡이 일어난 탓에 일정 자격을 갖춘 사업자를 자치단체가 선정했다. 그 결과 시민들의 이용 불편 해소는 물론 다른 교통 사업자와 대립 및 갈등이 없도록 각각의 역할이 부여됐다. 개인형 이동 수단 및 자전거 등은 단거리, 택시는 비싸되 편안한 이동, 버스와 지하철은 대중적인 저렴한 이동으로 세분화했다.

지금도 개인형 이동 수단의 길거리 노상 방치는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에 따라 사업자에게 과태료 등을 부과해가며 문제 해결에 나서지만 개인형 이동 수단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집 앞, 아파트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킥보드 대여 업체들이 개별 도시에서 모두 운행될 경우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방치되는 킥보드는 늘어나고 심지어 허가받지 않은 제품의 운행도 충분히 예상되는 대목이다.

중요한 것은 개인형 이동 수단 또한 유상 운송 수단이라는 점이다. 물론 운전을 직접 한다는 점에서 렌터카와 같은 대여사업이지만 대부분 단거리를 이동한다는 점에선 도심의 교통 분산 역할로 봐야 하는 게 맞다. 따라서 도시별로 자격을 갖춘 사업자를 선정, 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적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개인형 이동 수단의 제도화는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법안 제정에는 이후 효과도 바라봐야 한다. 하지만 부작용도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 지난해 국회는 개인형 이동 수단 활성화를 4차 산업의 대표로 보고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사용자의 연령을 완화했다. 그러자 곧바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다시 강화하는 법을 4개월 만에 통과시켰다. 입법이 신중하지 못했던 셈이다.

어쩌면 이번 이용자 활성법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수많은 킥보드 업체가 난립할수록 오히려 시민들의 이동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다시 법을 바꿔야 한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번 개정안에 허가제가 포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교통 수단과도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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