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ETF 사세요"…불 붙는 자산운용사 유튜브 경쟁

입력 2021-09-08 11:43
수정 2021-09-08 11:44


자산운용업계에서 유튜브 경쟁이 치열하다.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고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유명 금융 전문 유튜버를 섭외해 짤막한 펀드 관련 영상을 게시하는가 하면 상황극을 통해 자사 펀드 상품들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8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가장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2018년 9월 자사 이머징마켓리더펀드를 설명하는 첫 영상을 올린 뒤로 누적 210개 영상을 게시했다. 현재 구독자 수는 7만6000명가량이다. 지난해 9월 9000명에 머물렀던 구독자 수가 올 초부터 가열된 투자열기에 힘입어 1년 만에 744% 상승한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주로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와 펀드가 속한 업종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최근 ETF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점을 반영해 ETF 부문은 스마트타이거 채널로 분리해 따로 운영 중이다.

지난 7월부터는 '내 펀드는 내가 소개한다'라는 주제로 비대면 인터뷰 시리즈를 진행했다. 모니터 화면과 직접 대화하는 상황극 형식을 이용해 펀드매니저가 자사 펀드 상품의 장점을 소개한다.

삼성자산운용도 활발한 채널 운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구독자 수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역시 지난해 9월 기준 구독자 수가 4000명대에 불과했지만 구독자가 꾸준히 늘면서 현재 7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자사 ETF 브랜드인 코덱스(KODEX)를 따로 떼어서 '코덱스 알고투자'라는 채널도 운영 중이다.

유명 가수 등 연예인을 앞세운 광고들이 인기를 끈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트로트 가수 남진을 모델로 세운 이른바 '남지니' 광고는 2019년 9월 공개된 뒤 열흘 만에 조회수 500만을 넘겼다. 올 2월에는 걸그룹 EXID 출신의 하니가 참여한 '굴려라 머니'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현재 조회수가 620만에 달한다.

삼성자산운용은 다른 유튜버와의 협력도 진행 중이다. 금융 전문 유튜버인 '박곰희TV'와 지난해 말부터 달마다 펀드 관련 기초 영상들을 게시하고 있다. 영상의 길이가 개당 5분 안팎이어서 시청자의 피로감이 덜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KB자산운용은 2019년 12월 첫 영상 이후 매월 2~5개의 영상을 게시하고 있다. 주식운용본부장과 펀드매니저 등 관계된 실무진이 직접 나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테마형 ETF와 업종, 산업 등을 소개하는 영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6월 출시한 'KBSTAR비메모리반도체액티브ETF'와 'KBSTARFn컨택트대표ETF' 관련 소개 영상이다. 두 영상은 각각 77만명가량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아직 구독자 수는 많지 않지만 타사 대비 업로드 주기가 짧은 만큼 공격적인 행보가 예상된다. 지난해 말 본격적으로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이 채널은 현재 구독자 수가 600명 수준이다. 올 4월부터 자사 신입사원이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투자의 개념을 익히는 '빚투말고 한투'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자산운용 업계는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TV 광고의 수요는 크게 줄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이후로 새로운 광고를 내보내지 않고 있다.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TV 광고도 각각 2010년과 2011년에서 멈춘 상태다.

기업들간 유튜브 경쟁이 향후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산운용사들이 펀드 직판(직접판매) 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는 만큼 고객과의 소통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비대면 채널이 확산하는 것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금융상품 중에서도 특히 펀드는 전통적으로 제조부문이 판매부문에 종속돼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며 "생애주기 자산관리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커지면서 판매보수가 거의 없고 직판이 가능한 ETF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핫한 이슈에 주목해 ETF로 출시한 뒤 유튜브와 네이버 같은 플랫폼을 통해 홍보하는 것이 현재의 트렌드"라며 "유튜브 경쟁은 계속해서 격화할 것으로 보이며 중장기적으로 자산운용사들의 수익성도 증가할 전망이다"이라고 짚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