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갈 수 없어" 탈레반 앞 시위하는 아프간 여성들 [영상]

입력 2021-09-08 09:21
수정 2021-09-08 09:23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들의 시위가 여러 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7일(현지 시간) 아프간 하아마통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전날 발흐주의 주도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여성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여성들의 거리 시위가 진행됐다.

시위에 나선 아프간 여성들은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며 여성들의 교육·일할 기회 보장을 요구했다. 나아가 이들은 "새 정부 구성 모든 계층에 여성을 참여 시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프간 여성들은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아프간 대부분 지역을 장악한 이후 대부분 집 안에 머물렀지만, 이달 들어 점차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서부 헤라트에서 여성들의 가두시위가 진행됐다.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 이후 처음으로 열린 여성들의 공개 시위였다. 당시 모인 여성 50여 명은 탈레반이 준비 중인 새 정부에 여성을 참여시키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여성 없이는 어떤 정부도 존속할 수 없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마자르이샤리프까지 합치면 총 4개 주에서 여성들의 거리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아프간 여성들은 무장한 탈레반 병사들 앞에서도 시위를 이어갔다.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열린 시위는 평화적으로 끝났지만, 앞서 카불에서 열렸던 여성 시위는 탈레반이 최루탄을 터뜨리고 경고사격을 하면서 강제 해산됐다.

한편, 지난달 16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은 여성들에게 인권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탈레반은 과거와 달리 여성도 히잡만 쓴다면 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으며 혼자 집 밖에 나가는 것이 허용된다고 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후 현지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외출했다가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졌다는 등의 보도가 나왔다. 카불의 한 시민은 영국 매체 더 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탈레반이 변했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모두 탈레반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지난 5일(현지 시간) 더 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여성 경찰관인 바누 네가르가 탈레반 대원들에게 구타당한 뒤 총에 맞아 숨졌다. 네가르는 지역 교도소에서 일하던 경찰관이었다.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무장한 탈레반 대원 3명은 네가르의 자택에 침입해 수색한 뒤 가족을 묶었다. 곧이어 네가르를 남편과 아이 앞에서 때리고 사살했다.

논란이 커지자 탈레반 측은 "이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탈레반 소속 대원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