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거대여당이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겨냥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규제에 앞장선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등도 경쟁적으로 규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혁신 차원에서 그간 정보기술(IT) 기업에 우호적이었던 금융위원회마저 규제에 동참했다.
업계에선 각 부처가 너도나도 규제에 나서면서 플랫폼산업이 과도한 규제의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는 구글 아마존 등 미국의 거대 빅테크들과 경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토종 플랫폼인데 성장하기도 전에 싹이 잘려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플랫폼 규제책 잇따라
플랫폼 기업 규제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곳은 공정위다. 조성욱 위원장이 공정위 수장으로 임명된 이후 규제 논의가 본격화했다. 조 위원장은 디지털 공정경제 달성을 화두로 내걸고 “거대 플랫폼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며 빅테크 업체들과 각을 세워왔다. 작년 9월에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입법예고하면서 본격적인 빅테크 규제 행보에 나섰다. 이 법안은 플랫폼기업과 입점업체 간 표준계약서를 작성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업계는 자율성이 크게 침해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검색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토록 한 점에 대해서도 IT업계는 플랫폼의 중요 알고리즘 구동 방식을 공개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방통위는 작년 12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내놓으면서 규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콜택시 앱 ‘카카오T’와 관련한 질문에 “심각하게 살펴보고 있다. 규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부도 지난 2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입법안을 통해 새로운 규제책을 내놨다.
문제는 이처럼 새로운 법안이 추가될 때마다 플랫폼 규제도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방통위 안은 입점 업체들의 문제를 플랫폼 사업자에 전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입점 업체의 잘못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관리감독을 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중기부는 여기서 한발 나아가 관련 법안에 플랫폼의 수수료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정당한 사유 없이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거나 인상하는 행위’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시장 왜곡과 플랫폼 경쟁력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며 공정위가 관련 규제를 준비할 때부터 도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내용이다. 여당도 때리기 나서부처 중 IT기업에 가장 우호적이었던 금융위도 돌아섰다. 금융위는 온라인 금융 플랫폼의 금융상품 관련 서비스를 ‘광고’가 아니라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중개’ 행위로 판단해 시정하도록 했다. 오는 25일부터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등 주요 온라인 금융 플랫폼에서 펀드, 연금 등 다른 금융사의 투자 상품을 비교·추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민주당은 그간 정부의 움직임만 살펴봤으나 최근 ‘때리기 행렬’에 동참했다. 송갑석·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카카오를 직접 겨냥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문어발 확장을 하는) 카카오의 행보 하나하나가 큰 우려를 낳고 있다”며 “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업계는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을 봤을 때 독소조항이 모두 합쳐진 ‘슈퍼 규제안’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최근 IT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법안의 입법 취지를 보면 대부분 해당 시장과 기업이 커졌으니 규제해야 한다는 단순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 등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기존 규제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IT업계는 택시 호출 등 일부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악용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첨단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수백억원을 투자해 택시 호출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등 긍정적 측면이 더 크다는 얘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강력한 규제책을 그대로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국내 시장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다수의 플랫폼이 경쟁 중”이라고 진단했다.
이지훈/김주완/이호기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