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관가 일각의 대선공약 발굴 움직임과 관련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다만 ‘차기 정권 줄대기’ 비판을 받고 있는 관련자에 대해 당장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8일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의 ‘대선공약 발굴 지시’ 보도와 관련해 강하게 질책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차후 유사한 일이 재발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다른 부처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박 차관에 대해서는 일단 책임을 묻지 않고 ‘경고’로 끝낸 것이다.
이날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 차관은 산업부 기획조정실 주관으로 지난달 31일 열린 ‘미래 정책 어젠다 회의’(가칭)에서 ‘대선 공약으로서 괜찮은 아젠다를 내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박 차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통상비서관과 신남방·신북방비서관을 지냈다. 이후 지난해 11월 산업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차관은 ‘정치권 줄대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권 말기엔 모든 부서들이 현 정권의 지난 정책들을 점검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논의한다”며 “다만 그걸 대선캠프 쪽에 직접 전해주는지가 문제인 것 같은데, 공무원이 어떻게 직접 전해주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부처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자 이 지사의 ‘기본 공약 시리즈’를 뒷받침할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관가 일각의 ‘차기 정권 줄대기’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박 차관이 직원들에게 대선주자가 받아줄 공약을 내라고 지시했다는데 관가가 벌써 ‘환승 준비’에 몰두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공직 기강 확립의 본보기로 박 차관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도원/정의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