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도 '규제의 덫' 걸리나…하루 새 시총 12조 증발

입력 2021-09-08 16:21
수정 2021-09-08 16:25

대형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빅테크' 규제는 이제 중국 증시만의 이슈가 아니다. 여권을 중심으로 플랫폼 규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자 8일 하루에만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12조원 넘게 날아갔다.

이날 카카오는 전일 대비 10.06% 급락한 13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3만6500원까지 떨어졌다. 계열사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다. 은행주는 강세를 보였지만 카카오뱅크는 0.96% 내린 7만23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카카오게임즈는 3.76% 내린 7만4300원을 기록했다.

네이버도 7.87% 하락한 40만9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 40만8000원까지 하락해 40만원선을 겨우 지켰다.

카카오의 종가 기준 시총은 전날 68조5288억원에서 61조6314원으로 6조8974억원이, 네이버는 73조151억원에서 67조2659억원으로 5조7492억원이 각각 증발됐다. 카카오는 유가증권시장 시총 4위 자리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주고 5위로 밀려났다.

여권 대표가 카카오를 공개 저격하는 등 정치권에서 플랫폼 규제가 논의된 게 주가를 끌어내렸다. 전날 여당 의원들은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카카오가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을 추구했던 과거 대기업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핀테크 사업의 운명에도 의구심이 커졌다. 같은 날 금융당국이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등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금융상품 관련 서비스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중개' 행위로 판단해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안정환 BNK자산운용 부사장은 "장기적으로 플랫폼 사업이 유망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간 플랫폼주는 성장 기대감이라는 프리미엄을 누려왔는데 그 부분에 제동이 걸리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카카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3.8배, 네이버는 13.17배다. 안 부사장은 "두 회사 모두 규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내수 위주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의 반응이 과도하다는 해석도 있다. 당장 규제안이 나온 건 아닌데 중국 빅테크 규제의 충격 탓에 외국계 기관 중심으로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이날 외국인은 카카오와 네이버의 주식을 6000억원어치 넘게 순매도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현재 단계에서 펀더멘탈에 대한 영향은 없다"며 "아직 법안이 나오거나 한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강제력 있는 규제가 이뤄질지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펀드매니저는 "국내 플랫폼을 규제할 경우 구글, 아마존 같은 외국계 플랫폼 기업에게 시장을 내어줄 텐데 실제로 규제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또 "네이버 쇼핑이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에 기여한 면도 분명히 있다"며 "여권에서 우려하는 플랫폼 독점 피해가 얼마인지도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