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제3지대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달 "숟가락 얹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면서 공식 출마를 예고한 지 약 20일 만이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유튜브 '김동연 TV'를 통해 본인이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 출신의 소위 '흙수저'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운을 뗐다. 그는 "상업학교를 나와 17세에 소년가장이 됐고, 밥을 굶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병원에 갈 엄두도 못 냈다. 수업료를 내지 못해 학교에서 쫓겨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남보다 더 빨리 미래로 이동해도 부족한 시간에 과거의 시간에 갇혀 싸우고 있다"며 "나라가 둘로 쪼개져 싸우고 있다. 지금 여야 정당의 경선과 후보들 간의 논쟁을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냐"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살림은 생사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는데 미래 준비는 턱없이 부족한데도 정치권은 권력 쟁취만을 위해 싸우고 있지 않냐"면서 "누구나 비슷한 공약을 내세우면서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들 하지만 바뀌는 것이 있냐. 자기 스스로를 바꿀 능력을 상실한 기득권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부총리는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기득권 공화국'이다. 흔히들 보수는 의지가 부족하고 진보는 능력이 부족하다고들 이야기하지만 이제는 진보와 보수 모두 의지도 능력도 부족하다"며 "이제는 '기회공화국'으로 완전히 바꿔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열린다. 아날로그 기득권 세력이 디지털 미래세대의 길을 가로막는 승자독식 구조를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중 자금이 부동산이 아니라 벤처로 흘러가게 해야 하며, 노동시장도 안정적이고 유연해져야 한다.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회공화국의 다른 말은 '스타트업 천국'이다. 경제·사회 모든 부문에서 스타트업이 활발하게 일어나려면 각종 규제가 없어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이끌겠다. 세상을 바꾸는 건 일반 시민, 우리 주위의 평범한 이웃들"이라며 "뭘 더 주겠다는 장밋빛 약속으로 대한민국의 난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기회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부총리는 지난 8월 20일 자신의 고향인 충청북도 음성군을 찾아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에도 김 전 부총리는 "기존 정치 세력에 숟가락 얹어서 하는 그런 정치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여당과 제1야당 입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