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차량호출업체 디디추싱의 창업자가 정보·데이터보안위원회(IDS)를 직접 이끌 전망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자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의 데이터 유출을 문제 삼았던 중국 당국에 디디추싱이 사실상 굴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CMP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디디추싱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청웨이는 데이터 보안, 개인정보 보호, 해외 사업 기밀 등을 총괄하는 IDS의 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장보 디디추싱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집행 부국장을 맡는다. 데이터 보안과 관련된 문제들을 처리하기 위한 특별 사무국도 출범했다. IDS는 2016년 지원부서로 출범해 지난 7월 위원회로 개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디디추싱 관계자에 따르면 청 회장은 지난달 13일 회의에서 "회사 생존이 걸렸다"며 "모든 부서가 정부 조서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디디추싱의 모든 부서가 데이터 보안에 관한 일종의 서약서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청 회장이 직접 IDS의 깃발을 잡은 배경으로는 중국의 빅테크 규제가 꼽힌다. 중국 정부가 빅테크들이 국가 데이터 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한 이후 사실상 굽히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디디추싱은 지난 6월 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이래 줄곧 표적이 돼 왔다. 정부는 디디추싱의 데이터 보안을 문제 삼았다. 인터넷 플랫폼을 관리하는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는 지난 7월 디디추싱의 국가안보 위반 혐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정부는 디디추싱의 앱 삭제 조치까지 단행했다.
SCMP는 디디추싱의 IDS가 일종의 '이정표'로 기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IDS가 이번 달부터 적용되는 데이터보안법의 요건을 충족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의 데이터 유출을 강력히 규제하는 이 법에 따르면 '주요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업들은 이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부서를 설립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교통, 금융, 통신, 헬스케어 등과 관련된 것을 주요 데이터라고 봤다.
디디추싱은 SCMP 보도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중국 당국이 디디추싱에 대한 규제를 시작한 지난 7월 이후 디디추싱은 상장 폐지와 제 3자의 경영 개입 가능성 등 관련 보도에 대해 모두 부인하고 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