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음식 소비문화도 예외가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족, 동료들과 모여 식사하는 일이 어려워지다 보니 ‘집콕’ ‘혼밥’이 대세가 되고 간편식과 배달 문화가 급성장했다.
간편식 중에서도 건강식인 샐러드 열풍이 거세다. 사이드 디시에 불과하던 샐러드가 한 끼 식사로 등극했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에게는 ‘확찐자’가 되지 않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샐러드의 위상 변화에는 ‘비건(vegan)’도 한몫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동물과 환경 보호를 위한 가치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채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샐러드 종류만큼이나 소비자가 샐러드를 선택하는 이유도 다양해지고 있다. 어떤 이유건 고기를 먹지 않거나(vegetarian), 덜 먹는(flexitarian) 음식 소비는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환경에도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우리는 매일 지구 곳곳에 탄소발자국을 남기며 살아간다. 육류는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이 식품에서 발생했으며, 이 중 약 58%가 육류에서 배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식단에서 고기를 줄이는 만큼 개인의 탄소발자국도 줄어든다. 가치있는 음식 소비로 건강도 챙기고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될 필요 없이 육류를 적게 섭취하려는 리듀스테리언(reducetarian)만 돼도 좋다.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는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을 전개한 것으로 유명하다. 공장식 축산의 환경 문제를 줄이기 위해 1주일 중 하루는 채식을 하자는 캠페인이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 이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가치소비의 공감대를 통해 우리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식단으로의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
코로나와 기후 문제 등을 겪으며 음식 소비문화가 변한 만큼 우리의 인식 또한 선진국에 걸맞게 바뀔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기호에 대한 존중이다.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에게 유난을 떤다거나 반대로 남이 고기를 먹는다고 비난해선 안 될 일이다. 각자 상황에 맞게 식사하되 가능한 한 쓰레기를 덜 만들고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일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개인의 소비뿐 아니라 국가와 기업 차원의 정책적인 변화도 필요한 시점이다. 배달과 포장이 대세가 된 만큼 재활용이 불가능한 용기나 불필요한 포장재를 줄이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식품 용기의 리사이클 비율을 확대하기 위한 행정·재정적 지원도 마련돼야겠다.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뭔가를 덜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 자신을 위해, 이웃을 위해, 지구를 위해 매일 조금씩 바꿔나가보자. 샐러드로 지구를 구할 수는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