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시대가 성큼 눈앞으로 다가왔다. 전기자동차와 수소전기차를 필두로 하는 연료혁명이 한 축이고, 자율주행 기술의 놀라운 진보가 다른 한 축이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앞서 치고나간 ‘저탄소·친환경’ 정책 등 국제 환경이슈도 글로벌 자동차업계로 하여금 건곤일척의 미래차 경쟁에 나서도록 재촉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사활을 건 미래시장 선점 전쟁은 치열하다 못해 비장해 보인다. 한동안 테슬라의 약진이 틈새시장 개척 정도로 평가되기도 했지만, 어느덧 내연기관 자동차는 퇴장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전기차가 자율주행 기술과 결합해 ‘플라잉카’ 개념까지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1’은 긴장감 도는 기술융합 미래차 전쟁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한경 취재진 보도를 보면 글로벌 차산업은 21세기 ‘모빌리티 춘추전국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벤츠가 130년 축적해온 엔진기술을 포기하며 전기차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하고, 폭스바겐은 4년 안에 테슬라를 제치겠다며 기염이다. 포르쉐는 전기스포츠카를 예고했다. 테슬라 외 다른 미국 차 메이커들도 정부 지원에 힘입어 미래차 양산계획을 다각도로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차 업계도 긴장감이 역력하다. 현대자동차는 2030년부터 고급형 제네시스를 전기·수소차로만 생산키로 하는 등 탈(脫)내연기관 계획을 세웠다. 미국·EU의 ‘탄소중립’ 같은 환경규제에 맞추고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려면 사실 대안도 없다.
문제는 국내 자동차 관련 온갖 법규와 행정규제, 노사관계에서의 뒤틀린 관행이다. ‘문화 지체(cultural lag)’ 같은 일반적 후행 현상이 아니라, 신공법·신기술·신제품의 등장 자체를 억제하는 뒤떨어진 규제가 너무 많다. ‘포지티브 시스템’의 한국 규제 체계가 기본적으로 그렇다. 그러면서 보험, 제조물책임(PL) 같은 소비자 보호책은 엉성하기 짝이 없다.
간섭·개입 본능의 군림형 행정은 툭하면 기업을 통제하려 든다. 지원을 내세운 정부의 어설픈 간섭이 늘 겁나는 이유다. 고용방식과 근로형태를 비롯해 임단협과 파업대처 문제를 비롯한 노사관계도 어디부터 개선해나가야 할지 모를 정도로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딴판이다. 이 모든 걸 뜯어고쳐도 불붙은 미래차 경쟁에서 한국이 선도할까 말까다. 마차사업을 보호하느라 신(新)문명 자동차산업을 가로막은 19세기 영국 ‘적기조례’의 한국판이 더 나온다면 우리나라 기업이 설자리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