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곳간 비어간다" 오늘은 "재정탄탄"…오락가락 홍남기

입력 2021-09-07 15:41
수정 2021-09-07 15:46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재정이 탄탄하다"고 말했다. 전날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며 재정건전성을 강조한 지 하루만에 말이 반대로 바뀐 것이다. 재정 당국 수장인 홍 부총리가 정치권에 휘둘리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날 홍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질책하자 입장을 번복했다. 김 의원은 "곳간이 비어간다고 표현해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가 쌀독 경제냐"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홍 부총리의 재정 건전성 강조 발언을 문제삼은 것이다. 지난 6일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자, 홍 부총리는 “의원님은 쌓아두고 있다고 하는데 비어가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고 의원이 “(곳간이) 텅텅 비어 있느냐”고 되묻자 홍 부총리는 “상당 부분 어렵다”고 했다.

전날 강한 어조로 재정건전성을 높여야한다고 강조했던 홍 부총리는 이날 김 의원의 질책에 상반되는 답변을 내놨다.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가 코로나 위기 대응과정에서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국가채무의 수준은 선진국의 절반밖에 안돼 양호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전날 발언에 대해서는 "(채무의 증가) 속도가 빨라서 경계를 하며 대내외적인 대응을 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홍 부총리의 설명에도 김 의원은 "발언을 정정하라"고 계속 요구했다. 그러자 홍 부총리는 전날 발언에 대해 '고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그러면서 "재정은 아직까지는 선진국에 비해서는 상당히 탄탄하고 정부로서는 건전성 문제도 굉장히 고민하면서 재정운용을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같은 홍 부총리의 입장 번복은 재정당국 수장으로서의 경제 상황 판단과, 확장 재정을 요구하는 여당 의원들의 주장이 충돌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치권의 강력한 비판이나 요구 사항에 쉽게 주장을 접는 홍 부총리의 스타일이 이번에도 동일하게 나왔다는 지적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