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가는 거 아닙니다"…물건 쓱 챙겨서 나오는 편의점 [영상]

입력 2021-09-07 21:47
수정 2021-09-07 22:09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어서오세요. 스마트코엑스점입니다."
"다음에 또 스마트코엑스점을 찾아주세요."

물건을 살 때 계산대에서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편의점이 생겼다. 마음껏 훔쳐가도 된다는 게 아니다. 물건을 집어 출입구만 통과하면 자동 결제되는 스마트무인편의점 얘기다. 한국형 '아마존고'를 연상시킨다는 느낌을 받았다.

8일 편의점 이마트24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타필드에 완전스마트매장을 오픈했다. 완전스마트매장은 쇼핑 후 상품을 들고 매장을 나가면 인공지능(AI) 비전, 무게 센서, 클라우드 판매정보시스템(POS) 등 리테일테크를 통해 자동으로 결제되는 매장이다. 이 점포에는 신세계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전문기업인 신세계아이앤씨가 자체 개발한 '셀프서비스 스토어' 기술이 적용됐다.


매장을 이용하려면 휴대폰과 결제카드를 지참해야 한다. 매장에 설치된 키오스크에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결제할 신용·체크카드를 삽입하면 카카오톡으로 입장 QR코드가 전송된다. 이 QR코드를 게이트에 찍고 입장한 뒤 물건을 골라 출구를 빠져나오면 등록했던 카드로 자동 결제되는 시스템. 애초에 입장 단계부터 카드를 등록해야하는 만큼 현금 결제는 불가능하다.


바코드를 POS에 찍지 않더라도 물건을 인식할 수 있는 비결은 매장에 설치된 카메라에 있다. 매장에는 AI 카메라와 신세계아이앤씨가 자체 개발한 라이다(LiDAR) 기술이 적용된 카메라가 총 6대 설치돼 있다. 이 카메라는 물건과 방문객의 위치를 파악한다. 특히 방문객이 집은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않으면 이를 인식해 "물건이 제자리에 놓이지 않았다"는 알람음도 울린다.


직원도 없는데 누가 이런 알람을 하느냐고? 주인공은 점포 내부에 위치한 스크린이다. 입구 쪽에 위치한 스크린 앞에 서서 신세계리테일 테크 브랜드인 "스파로스"를 부른 뒤 질문을 던지면 제품 위치, 결제 방법, 신세계포인트 적립 방법 등 쇼핑과 관련한 정보를 음성으로 알려준다.

별도 결제 절차가 없어 금방 쇼핑을 마칠 수 있는 데다 직원과 접촉하지 않아도 돼 편리하긴 하지만 아직 기술이 완벽하지는 않아보였다. 일례로 기자는 유제품이 놓인 냉장고에서 두유를 꺼내 컵라면 진열대에 올려놓고 이동했지만 무인편의점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안내음을 울리지 않았다.

특히 물건을 골라 출구를 빠져나왔을 때 결제 내역에 다른 사람의 구매 이력이 뜨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아이엔씨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카메라가 얼굴을 인식하지 않다 보니 키가 비슷한 물건을 기준으로 주변의 다른 방문객과 혼선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영상 취재를 위한 카메라 삼각대가 설치됐는데 이 삼각대의 높이가 기자의 키와 비슷했고, 삼각대를 기준으로 기자와 다른 방문객이 겹쳐 지나가며 둘의 구매 내역이 합쳐져버린 것이다.

완전스마트 이마트24 매장에서는 일반 편의점 점포와 같이 '1+1' ' 2+1' 같은 묶음 할인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다만 소비자가 묶음 상품을 제대로 챙겨가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1+1 행사하는 과자 중 덤 상품을 챙기지 않아도 알람이 울리지 않는다. 이럴 경우 1+1 혜택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의미다. 유인 점포에서는 직원이 "물건 하나 더 챙기세요"라고 안내해주는 것과는 다른 부분이다.


결제·환불 등과 관련된 민원을 해결하려면 결국 점원을 만나야 한다. 아직 스마트편의점 기술이 교환·환불 등의 문제를 해결할 정도에 다다르진 못한 탓이다. 이 점포에서 직원은 오후 2~10시 근무한다. 담배나 주류 등 성인인증을 거쳐야 구매할 수 있는 제품도 직원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이마트24와 신세계아이앤씨는 추가 시스템 도입을 통해 오는 11월에는 △비정상 쇼핑 행위(입장·구매 등) 식별 △응급상황, 기물파손 등 매장 내 이상 상황 감지 △담배 등 성인 인증이 필요한 상품 판매 △지능형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원격 매장 관리 시스템 구축 등 소비자가 완전스마트매장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물리적·정보적 보안을 강화해 선보일 예정이다.

김장욱 이마트24 대표는 "이마트24와 신세계아이앤씨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손잡고 국내 산업의 스마트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표준 매장을 선보였다"며 "이번 매장을 비롯해 앞으로도 보다 진보된 매장을 구축해 가맹점과 고객이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혁신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