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불명확한 근로시간 여부…어떻게 정의되고 관리되어야 하는가

입력 2021-09-07 19:16
수정 2021-09-08 06:46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근로시간의 단축은 2가지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는데 법개정을 통하여 근로시간의 한도를 제한하는 것과 법원 등의 해석을 통해 근로시간 인정의 범위를 확대하여 종국적으로 업무를 하는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 1953년 주 48시간이었다가 1989년 주 44시간, 2004년 주 40시간으로 단축되었다. 다만 주중 근로시간의 단축에도 불구하고 시간외근로, 휴일근로 등으로 인하여 실근로시간은 여전히 OECD국가 중 최장이었고 이를 줄이기 위해 2018년 주 40시간을 전제로 시간외근로, 휴일근로를 포함하여 주52시간으로 변경되어 순차 시행되어 왔다. 그런데 법을 통한 근로시간의 단축과 한도설정은 상대적으로 명확하나, 해석을 통한 근로시간의 확대는 그 불명확성으로 인하여 인사 및 비용관리 등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법원에서도 엇갈리는 근로시간 여부
어떤 시간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가?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으로 정의된다. 이에 따라 '사용자의 지휘, 감독 여부' 혹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 감독으로부터 벗어나 그 시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근로시간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그런데 근로시간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들은 그 중간 영역에 있는 것이어서 이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위와 같은 구별의 어려움은 최근 법원의 판결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먼저 아파트 경비원의 휴게시간,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대법원(2021.7.21.선고 2021다225845판결)은 "경비원이 휴게시간 등에 발렛파킹, 택배 보관, 청소 등 업무를 했고 업무보고를 하였다"고 하면서 "실질적으로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한편 버스 운전기사의 운행 대기시간에 대하여는 판결(2021.8.12.선고 2091다266485)에서 “버스 운전기사의 경우 운행 대기시간에 휴식을 취하거나, 운행 준비, 가스 충전 등을 하였으나 해당 시간 전체를 근로시간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이를 다시 판단하도록 파기환송하였다. 관련하여 최근 하급심에서는 '요양보호사의 대기, 휴게시간'도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완전리 분리된 것이 아니고, 언제든지 업무를 하여야 할 수 있으므로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면서 소위 '잠재적 업무수행 가능성'을 인정의 주된 근거로 들기도 하였다.

○사용자 지휘·감독과 근로자 자유시간 '불명확한 경계'
휴게시간이나 대기시간과 아울러 최근 근로시간과 관련하여 많은 기업들에 있어 문제되는 경우는 출장을 위한 이동시간이나 출장 중의 근무시간, 워크샵, 교육시간, 제품설명회를 포함한 회사와 관련한 외부 세미나, 학회 등의 참여시간, 고객과의 접대 혹은 회식시간, 나아가 업무를 위한 환복이나 작업장으로의 이동시간, 시설물의 안전관리나 비상시 대비를 위한 숙식시간 등이다.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의 경우 사전적인 절차로서의 승인 및 사후적인 절차로서의 평가를 통해 근로시간이 명확히 확정되나, 위에서 문제되는 경우들은 업무와의 장소적, 시간적 관련성 혹은 업무 자체와의 연결성으로 인하여 '사용자의 지휘,감독'과 '근로자의 자유로운 사용'의 경계선상에 있어 그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대개는 참석이 회사의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지는지 여부, 참석하지 않는 경우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는지 여부, 해당 시간에서의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용의 가능 여부와 정도, 해당 시간에 제공하는 업무와 본연의 업무와 차이와 그 정도 등을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하게 된다. 법원도 동일하게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17.12.5.선고 2014다74254 판결)

○양분할 수 없는 개념…노사 모두 새로운 시각 필요
생산직과 같이 업무가 시간적, 장소적으로 제약되어 시스템 하에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근로시간의 구분이 명확하나, 그렇지 않은 영역은 차원이 전혀 다르다. 특히 IT 및 통신기술의 발달로 시간과 장소에 관계 없이 업무와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의 지휘감독이 완전히 배제되고 근로자가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근로시간은 과연 어떻게 정의되고 관리되어야 하는가? 나아가 근로시간은 관리될 수 있는가라는 본원적인 의문이 생기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나 최근 근로시간 인정의 확대를 주장하는 견해에서 주장하는 '잠재적 업무수행 가능성'이라는 개념은 사실상 근로시간의 무한정 확대로 이어질 것이어서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근로시간의 단축과 근로시간 인정의 확대가 시대적 요청이기는 하나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의 개념이 과거에는 근로시간과 근로시간이 아닌 것으로 구분되는 이분법적 접근이었다면 미래에는 일과 가정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실질적인 양립으로 변화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노사 모두 위와 같은 현실적인 상황을 직시하고 근로시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을 위해 노력하고 법원 등 사법기관도 그와 같은 노사 간의 논의를 통해 이루어진 근로시간의 개념에 대하여 최대한 이를 존중하여 줄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정종철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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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철 변호사는 1999~2001년 서울지방법원 판사을 거쳐 2001년부터 현재까지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기업법률 전문 변호사입니다. 특히 기업 내에서의 각종 분쟁 해결은 물론 인수·합병(M&A), 지배·사업구조 변경, 기업문화 변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인사·노무분야 국내 최고수준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