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사진)이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벌이고 있는 ‘주식 풋옵션 분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어피너티 측이 신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제중재재판에서 어피너티 측이 제시한 행사 가격(40만9000원)은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어피너티가 당초 바랐던 매수 가격(24만5000원·총 1조2054억원) 대비 2배에 가까운 차익을 남기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러나 풋옵션 자체는 그대로 유효하다는 결론이 내려지면서 양측 간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재판부는 이날 신 회장과 어피너티 간 분쟁에 대해 이같이 판정했다. 국제중재재판의 중재 판정은 국내 법원의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판정에 따르면 중재재판부는 계약상 풋옵션 조항이 무효라는 신 회장 측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어피너티가 신 회장 측에 제출한 풋옵션 행사 가격(40만9000원)도 효력이 없다고 못박았다. 양측 간 계약에 따라 풋옵션 행사 가격을 결정하려면 어피너티뿐 아니라 신 회장도 독자적인 평가 가격을 제출해야 했으나 신 회장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중재재판부는 이에 대해 “신 회장이 (풋옵션 행사 시점으로부터) 30일 이내에 가치평가 보고서를 제출할 본인의 의무를 위반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어피너티 측 제시 가격이 자동적으로 유효하다고 볼 수 없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어피너티가 따로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은 “신 회장이 중재재판에서 승소했다”며 “ICC 중재재판부는 신 회장이 어피너티가 제출한 40만9000원에 풋옵션을 매수하거나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 측 관계자는 “이번 중재 재판의 핵심 쟁점은 누가 뭐래도 어피너티가 제시한 행사 가격이 합당한지 여부였다”며 “이에 대해 효력이 없다는 판정을 이끌어냈기 때문에 우리 측에 유리한 결과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반면 어피너티 측 관계자는 “신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풋옵션은 무효이며 가격 자체도 근거가 없다고 주장해왔다”며 “중재재판부가 이 같은 논리를 기각한 데다 신 회장의 계약(가격 제출 의무) 위반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재재판 비용도 어피너티 측 부담분을 신 회장 측이 내도록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국제중재재판을 통해서도 양측 간 분쟁이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아 논란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호기/김채연/최진석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