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가 생명이라 광고 출연을 꺼리던 배우들이 모델로 나서기 시작했다. 금융 당국의 경고로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관련 산업이 뚜렷한 성장세인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 얘기다.
‘실생활 가상자산 결제 플랫폼’을 표방하는 다날핀테크는 6일 배우 이정재를 모델로 기용한 ‘코인을 바로 쓰다 ? 페이코인’ 제목의 TV 광고를 내보냈다. 결제대행(PG) 업체로 잘 알려진 다날이 발행한 암호화폐 페이코인의 실용성을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
가면을 쓴 같은 옷차림의 여러 사람이 서 있는 해당 광고에서 이정재는 “이렇게나 많은 코인 중 나는 무엇을 믿고 선택해야 할까. 믿음의 바탕은 실체니까 나는 페이코인을 선택했어”라고 내레이션한 뒤 가면을 벗고 정면을 응시하며 “대한민국 어디서나 결제는 바로, 쓰는 즉시 할인 바로, 난 페이코인을 믿고 쓴다”고 소개했다.
수많은 코인(암호화폐) 중 실생활에 곧장 쓸 수 있는 암호화폐가 드물다는 점에 착안, PG 업체 다날의 강점을 살려 일상 속 프랜차이즈 업체들에도 ‘결제 가능’한 비교우위 사용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페이코인은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편의점들과 제휴해 15% 즉시 할인해주고, 전국 7만여개 가맹점에서 페이코인 결제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다날핀테크 관계자는 “단순히 페이코인 브랜드를 강조하기보단 가상자산에 대한 소비자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코인을 바로 쓰다’ 주제로 가상자산을 올바르게 사용한다는 뜻과 다양한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곧바로 결제 가능하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역시 지난달 배우 남궁민을 모델로 내세워 업비트 투자자 보호센터를 알리는 ‘올바른 디지털 자산 투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남궁민은 바람·산·바다 편으로 나눠 공개된 TV 광고에서 공통적으로 “지나침을 경계하면서 투자하라”고 강조했다. 각 광고에서는 조금씩 다른 포인트를 짚었다.
바람 편에선 “지금의 순풍이 삽시간에 폭풍우로 변할 수 있다. 풍문에 휩쓸리지 말고 기술의 가치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산 편을 통해서는 “성급함에 지름길을 찾다가 한순간에 헛디딜 수 있다. 잘못된 길에 들어서지 않도록 확고한 투자 기준을 세워야 한다”, 바다 편에선 “겉으론 평온해 보여도 집채만 한 파도를 숨기고 있다. 인생이 휩쓸리지 않도록 여유 자금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식이다.
세 편의 광고는 공개 한 달 만에 유튜브 합산 조회수 약 750만회를 기록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라디오와 옥외 광고도 병행했다.
이들 광고는 얼핏 공익 광고를 연상케 하는 공통점이 있다.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상업성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단정한 검은색 니트 차림 이정재와 특유의 차분한 어투로 투자 위험성을 경고하는 남궁민을 모델로 발탁한 이유다.
다날핀테크 측은 “실생활 결제가 가능한 페이코인의 실용성과 가상자산으로서의 신뢰성을 보여주려면 고급스러움과 신뢰를 주는 이미지의 이정재가 적격이라고 판단했다”고 귀띔했다. 두나무가 남궁민을 모델로 택한 것 역시 드라마 ‘스토브리그’ 등에서 보여준 합리적이고 프로페셔널한 이미지가 캠페인 방향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고사했을 법한 인기 배우들이 광고 모델로 나서기 시작했다. 수년 전부터 게임 광고에 중량감 있는 배우들이 모델로 대거 등장한 것처럼 가상자산도 성장 산업이란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이런 트렌드가 더 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