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건강보험료와 함께 부과되는 장기요양보험료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율이 4년간 76% 급등하면서 보험 재정의 수입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같은 수입 증가에도 장기요양보험재정은 적자로 전환했다. 누적적립금은 모두 소진돼 한달 걷어 한달 쓰는 식의 운영이 고착화하고 있다. 방만한 지출 증대로 인해 장기요양보험이 밑빠진 독이 됐다는 지적이다. 보험료 수입 5조→9조원, 적자 폭 확대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요양보험 수입은 9조400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7년 5조846억원에 비해 84.9% 증가했다.
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 노인 또는 65세 미만 중에서도 치매 등 노인성 질병으로 6개월 이상 스스로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목욕, 간호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증 치매 환자 등으로 수혜 대상을 확대하는 등 규모가 커지고 있다.
장기요양보험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가 장기요양보험료율을 매년 인상해 가입자들로부터 막대한 보험료를 징수했기 때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료율은 지난 2017년 6.55%에서 올해 11.52%로 75.9% 올랐다. 장기요양보험료가 건강보험 부과 금액에 적용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건보료 인상 폭까지 감안한 소득대비 장기요양보험료율은 같은 기간 0.40%에서 0.79%로 97.1% 높아졌다.
실제 직장가입자의 1인당 월 장기요양보험료는 2017년 1만3958원에서 올해 2만9022원으로 107.9% 늘었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가입자의 명목 소득이 늘어난 점이 감안된 수치다.
가입자들의 장기요양보험료 부담액은 2017년 3조2772억원에서 작년 6조3568억원으로 94.0% 늘었다. 특히 근로자 등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증가율은 96.9%로 전체 증가폭보다 컸다.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가입자들의 장기요양보험료 부담은 두배 가량 늘었지만 장기요양보험재정은 악화일로다. 수입 증가분보다 지출이 더 큰 폭으로 늘면서 매년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7년 장기요양보험재정 지출액은 5조4139억원이었다. 3293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그런데 문 정부 출범 후 보장 범위를 확대하면서 적자 폭은 급격히 커졌다. 2018년 6101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커진 데 이어 2019년에도 6602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로 건보와 장기요양보험 급여 지출이 적었던 작년에만 565억원의 흑자가 나왔을 뿐이었다. 적립금 고갈…정부는 "보험료 또 올린다"이로 인해 한때 2조원 넘게 쌓여있던 요양보험 적립금은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5년 2조3524억원에서 지금은 7662억원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이는 약 0.98개월치의 보험료 지출액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험료 수입이 한달간 끊기면 보험 운영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상 장기요양보험 적립금은 당해년도 지출액의 절반인 6개월 수준을 유지해야하지만 지출을 급격하게 늘리면서 재정이 고갈돼가고 있는 것이란 지적이다.
장기요양 기관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로 지적된다. 매년 부당청구 적발 사례까 늘어나고 있어서다. 연간 부당적발금액은 2017년 149억원에서 2019년 212억원으로 증가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현지조사 비중을 줄이고 있다. 보험 청구기관 중 현지조사 비율이 이 기간 4.6%에서 3.9%로 떨어진 것이다.
경총을 비롯한 가입자 단체는 장기요양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 수입에 따라 지출을 결정하는 '양입제출'의 원칙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는 지출액을 정한 후 수입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데 재정을 감안해 이를 반대로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요양서비스의 품질에 따른 급여 차등화, 이용량에 따른 본인부담률 차등화도 제안됐다.
이형준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보험료를 크게 높인 것 외에 정부가 장기요양보험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대책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강도 높은 지출 효율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다음주 장기요양보험위원회를 열고 내년 장기요양보험료율을 결정한다. 위원회에서는 장기요양보험료율을 12%대로 인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