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추세라면 기후변화로 향후 50년간 한국에서만 매년 18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 입니다.”
백인규 한국 딜로이트 ESG센터장(사진)은 지난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지금 당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화를 막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 센터장의 예측은 딜로이트 경제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아시아퍼시픽 기후변화 경제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현재 수준의 탄소배출량 증가세가 이어진다고 전제했을 때 한국은 2070년까지 935조원의 누적 손실을 보게 된다. 백 센터장은 “홍수·산불 피해가 늘고 해수면 상승에 따른 해안 인프라 수몰 가능성도 상당하다”며 “폭염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등까지 잠재적 경제적 손실로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이 2023년부터 도입을 추진 중인 탄소국경세 등 세계 각국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환경 규제도 한국의 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백 센터장은 “당장 2023년부터 일부 품목에 탄소국경세를 시범 도입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며 “그린피스 추산에 따르면 한국 철강과 석유화학 기업들은 EU 수출액의 5.0%와 2.1%를 각각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와 탄소배출권 거래제 강화 등 다양한 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센터장은 기업인들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머리로 아는 단계까지는 왔는데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행동에 나서는 단계엔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정부가 대주주거나 오너십이 약한 기업들은 여전히 단기실적에만 연연한다”고 설명했다.
딜로이트가 부정적인 시나리오만 제시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 국가가 탄소배출 저감에 성공해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지구 기온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낮췄을 때는 결말이 정반대다. 한국은 2070년까지 2300조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백 센터장은 “세계가 지구 온난화를 막지 못할지라도 한국 기업들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성장하는 산업에 올라타 피해를 상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