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잃고 시총도 증발"…개미들 손절 부른 남양유업과 엔씨

입력 2021-09-06 15:18
수정 2021-09-06 15:19

한때 업계 대장주였던 남양유업과 엔씨소프트가 최근 주가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제때 살피지 못해 여론을 악화시킨 것이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3시 현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500원(0.92%) 내린 48만5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52주 최고가인 81만3000원과 비교하면 낙폭이 40% 수준이다. 남양유업 주가는 지난 1일부터 연일 하락하며 4거래일동안 10%가 넘게 빠졌다.

주가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돌연 매각을 철회하면서 급락세를 탔다. 홍 회장은 법률대리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SPA) 해제를 통보했다고 이달 1일 밝혔다. 지난 5월 말 홍 회장 등 오너일가가 회사 지분 53%와 경영권 일체를 3107억원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한 지 3개월 만이다.

경영권 지분이 다시 오랜 기간 경영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돼온 홍원식 회장 일가로 향하자 주가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홍 회장이 지난 5월 '불가리스 사태' 등에 책임을 진다며 사퇴와 매각 의사를 밝힌 이후 남양유업 주가는 기존 30만원대에서 70만원대로 2배 넘게 치솟기도 했다. 본래 회사 주인이 사모펀드보다도 신뢰를 못 받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그동안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을 비롯해 외조카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 불가리스 사태 등 숱한 논란을 거치면서 시가총액이 쪼그라들었다. 시총은 대리점 갑질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2년 말(7209억원)에서 45%나 감소했다. 이달 3일 종가 기준 남양유업의 시총은 3935억원이다.

게임업계 대장주였던 엔씨소프트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달 26일 내놓은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블소2)이 초반 흥행에 실패하면서 주가가 연일 급락했다.

같은 시간 엔씨소프트는 6일 전 거래일보다 1만원(1.6%) 오른 63만2000원에 거래 중이다.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지난 3일에는 62만2000원에 마감하면서 시총은 13조6554억원을 기록했다. 주가는 일주일새 26% 빠졌고 시총은 5조 가까이 증발했다. 지난달 10일 같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새로운 게임 대장주로 등극한 크래프톤의 시총은 24조9163억원으로 엔씨소프트와의 격차가 11조2609억원까지 벌어졌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리니지의 과금체계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랜 시간 곪았던 게 터진 것"이라며 "블소2가 국내에서 초반 기대치에 미달한 것은 뽑기시스템에 기반한 과도한 과금체계를 두고 이용자들의 불만과 피로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종목 선별 시 경영자 리스크 등 해당 종목의 주가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다양한 요소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확정되지 않은 뉴스나 단발성 소식에 우발적으로 큰 금액을 투자하면 이후 엔씨소프트와 남양유업처럼 역풍을 맡게 될 확률이 높다"며 "해당 회사의 행보를 실적과 연결해가며 큰 그림을 파악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