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소유보다 공유를 선호하던 2030세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염 우려를 덜기 위해 자동차 구매 행렬에 나서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전용 자동차 금융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할부원금 유예 비율을 대폭 높여 초기 부담금을 줄여주는 식으로 목돈이 부족한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최근 할부원금을 최대 80%까지 유예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N’ 전용 금융상품인 ‘N파이낸스’를 선보였다. 가령 3000만원짜리 차량을 구입한다고 가정할 때 구매금액의 80%인 2400만원에 대해선 할부 계약기간 동안 원금 상환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할부기간이 끝나기 전에 현대차를 새로 살 경우 계약 종료 후 잔금을 한꺼번에 납입해야 하는 부담도 덜 수 있다. 기존 할부원금의 최대 64%를 중고차 가격으로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경주용 트랙에서 달릴 수 있도록 엔진 등의 출력을 높인 현대차의 N브랜드는 2030 고객 비중이 71%를 차지할 정도로 MZ세대 사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이 고객들을 분석한 결과 낮은 초기부담금과 긴 할부기간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캐피탈이 지속적으로 할부원금 유예 비율을 높이고 있는 이유다.
현대캐피탈은 원래 고객의 니즈에 따라 할부원금의 최대 45%까지만 유예 가능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다. 지난해 기아와 함께 ‘스타트플랜’이란 MZ세대 전용 상품을 내놓으며 이 비율을 최대 57%까지 높였다. 1년 만에 할부원금 비율을 최대 80%로 재차 높인 것이다. 스타트플랜의 경우 할부금리도 연 5.5%에서 2.7%로 낮췄다.
현대캐피탈이 이런 상품들을 출시하는 이유는 최근 MZ세대가 자동차 구매 주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9년만 해도 20대와 30대의 신차 구매 증감률은 전년 대비 각각 7.9%와 10.4%씩 떨어졌다. 소비력이 부족한 2030 세대는 카셰어링이나 구독 서비스 등 차량 공유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해 두 세대 모두 10% 이상씩 신차 구매율이 늘었다.
업계에선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자동차 금융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MZ세대는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고 직접 세차를 하는 비율이 높을 만큼 자동차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며 “40~50대에 비해 경제력은 부족할 수 있지만 만족감을 위해 차량 구입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