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라"…中, 이연걸·유역비 등 외국 국적 연예인도 잡나

입력 2021-09-06 07:39
수정 2021-09-06 07:40

연예계를 겨눈 중국의 정풍운동 타깃이 외국 국적 연예인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은 5일(현지시간) 중국 당국의 홍색 정풍운동 대상이 외국 국적 연예인이라는 소식이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퇴출 명단에 '황비홍', '동방불패' 등으로 유명해진 홍콩 출신 액션 배우 이연걸, '뮬란'의 유역비를 비롯해 사정봉과 대만 출신 부애 왕리훙, 판웨이보, 자오유팅 등 9명의 이름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들의 국적은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싱가포르 등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까지 해당 내용에 대해 공식화되지는 않았다.

자유시보는 최근 중국 방송규제기구인 국가광전총국이 외국인 연예인에 대한 '국적 제한령'을 추진하고 있어 곧 이들에 대한 규제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외국 국적 연예인을 중국에서 보기 쉽지 않을 것이며, 이들이 이전처럼 고액의 출연료를 받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홍콩 매체 홍콩01은 중국 연예인 관련 폭로로 유명한 저우궈강(周國剛) 감독이 이연걸을 향해 '빨리 도망가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연걸은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난 이후 1997년 미국 국적, 2009년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했다. 그의 가족은 거처를 싱가포르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소림 무술을 전 세계에 알린 이연걸이 국적을 포기하자 중국 내에서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던 바다.

유역비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태어났고, 이후 열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뉴욕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배우가 되기 위해 중국으로 돌아온 그는 2018년 홍콩 민주화투쟁 때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며 시위 진압 경찰을 지지하는 등 친중국 입장을 취했지만 퇴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정풍운동의 칼날을 연예계로 겨누고 있다. 정풍운동은 마오쩌둥이 주창한 당원 활동 쇄신 운동으로, 당내 잘못된 풍조를 바로잡고 당의 기풍을 쇄신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시진핑 주석은 다양한 분야에서 규제 고삐를 조이며 공산당 영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연예인 인기 차트 발표를 금지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팬들을 상대로 유료 투표를 할 수 없도록 막는가 하면, 중국 최대 음원사이트인 QQ뮤직에서 음원을 중복으로 구매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또 연예인을 위해 모금을 하는 팬클럽은 해산되며, 미성년자가 연예인을 위해 돈 쓰는 것이 금지된다. '냥파오(여성스러운 남자 아이돌)'에 대해서도 전통적 남성상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규제를 강화했다.

지난 3일 중국공산당 중앙 선전부의 황쿤밍(黃坤明) 부장은 전날 하달한 '문화 연예계 영역 종합 정리 업무 확대 통지'의 실행을 위한 화상 및 전화 회의에서 문화·연예계 분야의 분위기 쇄신을 엄격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앞선 규제들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