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쇼도 대혁신 이젠 모빌리티쇼

입력 2021-09-05 17:53
수정 2021-09-06 01:27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가 사라졌다. 세계 최대이자 가장 오래된 자동차전시회로 자동차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해온 명성도 반납했다. 그 자리를 IAA모빌리티쇼가 대신한다. 개최지도 뮌헨으로 옮겼다.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산업이 모빌리티산업으로 재편되는 상징적인 이벤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가 주최하는 국제자동차전시회(IAA)가 모빌리티쇼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6일 뮌헨에서 개막한다. 1951년 이후 프랑크푸르트에 자리 잡은 지 70년 만이다. IAA가 그동안 프랑크푸르트모터쇼라는 이름으로 불려온 이유다. 주최 측은 2019년 행사를 끝으로 이런 역사와 전통을 포기하고 혁신을 선택했다. 프랑크푸르트는 ‘유럽의 자동차 수도’라는 명성도 내놓게 됐다.

글로벌 업계는 ‘IAA 모빌리티 2021’이 미래를 향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단순한 모터쇼가 아니라 이동수단(모빌리티) 전반을 다루는 행사로 범위가 확장됐다. 세계 주요 완성차업체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중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고 있고,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각국 정부는 속도를 더 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550여 개 업체가 1000여 개 신기술을 내놓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모빌리티의 길’이다. 현대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르노, 보쉬, 마그나, 인텔, 퀄컴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전자·반도체업체들이 최첨단 기술과 미래 비전을 IAA 2021에서 발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내연기관차 시대가 끝나고 미래차 전쟁의 개시를 선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행사가 글로벌 초대형 전시회의 재개를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프랑스 파리모터쇼, 미국 디트로이트오토쇼 등 주요 행사가 전부 취소됐다. 이번 전시회에는 주전시장(메세뮌헨) 외 시내 중심 광장(마리엔광장)에도 다양한 체험 공간이 마련된다. 주요 자동차업체의 친환경 차량이 코스를 오가며 셔틀 역할을 하면서 도시 전체가 전시장으로 꾸며진다. 70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역사 속으로
獨 뮌헨, 새로운 모빌리티 심장이 되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세계 최대 모터쇼’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위기 상황이었다.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본지 기자와 만난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보면서 ‘이제 자동차 전시회는 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과거에 멈춰 있는 모터쇼와 달리 CES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꼬집었을 정도다.

정 회장의 말처럼 단순히 신차를 소개하는 모터쇼는 자동차업계에서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당장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참가업체와 관람객 수도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였다. 2017년엔 1012개 업체가 참여하고 81만 명이 관람했지만, 2019년엔 552개사 56만1600명으로 크게 줄었다. 독일기업 BMW조차 전시 면적을 3분의 1로 줄이면서 외면하기 시작했다. 환경단체의 반대 시위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지는 일마저 벌어지면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도 모터쇼 참가를 망설이기 시작했다. 오히려 CES가 ‘세계 최대 모터쇼’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IAA를 주최하는 독일 자동차산업협회가 개최지 변경이라는 ‘충격요법’을 꺼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협회는 프랑크푸르트를 떠나기로 결정하고 새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 등이 후보로 올랐고, 스마트시티 관련 인프라가 가장 확실하게 구축된 뮌헨이 최종 선택됐다.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뮌헨을 유럽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는 것도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는 전시 범위와 주제도 확 바꿨다. 핵심 전시물은 새로운 자동차가 아니라 전기차, 수소전기차, 자율주행, 차량공유, 이동 플랫폼 등이 됐다. 모터사이클, 자전거, 드론 등 기존 모터쇼에서 보기 힘든 이동 수단도 대거 전시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IAA 모빌리티 2021을 계기로 내연기관차 중심의 기존 자동차산업 질서가 완전히 깨질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글로벌 자동차산업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미리 볼 수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뮌헨=김일규/ 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