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국민의힘에서 대선 후보 ‘경선 룰’을 놓고 벌이는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후보 선호도 조사 때 여권 지지층을 배제하는 ‘역선택 방지 문항’을 넣는 문제로 갈등을 빚자 정홍원 당 선거관리위원장이 어제 사의를 밝혔다가 철회하는 소동을 빚었다. 기본 중의 기본인 경선 원칙도 못 정하고 갈팡질팡하다 뒤늦게 역선택 방지를 빼고 본선 경쟁력을 넣는 절충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일찌감치 룰을 정하고 전국 순회 경선에 들어가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로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를 올리는 것과 비교하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힘은 ‘경선 룰’을 놓고 한 달 가까이 이전투구를 벌였다. 후보들로선 ‘역선택 방지 문항’ 삽입 여부에 따라 유불리를 판단할 수 있다. 여권 지지층이 야당에서 ‘만만한 후보’를 집중 지원하는 표심 왜곡을 방지해야 한다는 측과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넣어야 한다는 측 주장 모두 일리는 있다. 그렇다면 당 선관위와 지도부가 후보들을 설득하고 가닥을 잡아줘야 하는데, 감정싸움으로 시일을 끌다가 난파 직전에야 수습안을 마련했으나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후보들이 외곬으로 나아가고 타협의 정신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외에도 경선 과정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직까지 후보 간 토론회 한 번 열지 못한 것부터 그렇다.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도 시원찮을 판에 ‘후보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이른바 비전발표회로 대체됐다. 이마저도 각자 준비한 원고를 7분가량 읽고 자리를 뜨는 바람에 맥이 빠졌다. 오죽하면 “초등학교 학예회 같다”는 자조가 나왔겠나.
국민의힘은 특정 후보를 향한 ‘저거 곧 정리된다’는 대표의 발언 진위를 두고 난장판 싸움을 벌인 바 있다. 돌고래, 레밍 등 ‘동물의 왕국’을 끌어들여 상대를 조롱하는 막장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렇게 집안싸움에 몰두하느라 자유시장경제가 위협받고, 집값 폭등과 ‘일자리 절벽’으로 국민이 고통받아도 제1야당으로서 정권 견제 역할을 변변히 못하고 있다. 그래 놓고 ‘정권 교체’를 외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이 지난 재·보선에서 이긴 것은 여권 실책으로 인한 반사이익 덕분이지 국민의 전폭적 신뢰를 얻었다고 볼 수 있겠는가. 국민 여론의 50% 이상이 정권 교체를 바란다고 한다. 하지만 ‘콩가루 집안’처럼 지리멸렬하고 수권 역량과 미래 비전도 보여주지 못하는 정당이라면 더욱 호된 심판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