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제약사 모더나로부터 이달 5일까지 공급받은 코로나19 백신이 420만6000회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공급량을 더해도 모더나가 약속한 물량보다 25만회분 부족하다. 이 가운데 정부는 지난달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을 중심으로 한 대표단의 모더나사 항의 방문에 비행기 표값에만 16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경제신문이 5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모더나사 방문 출장 경비 정산 내역’ 자료에 따르면 강 차관과 백신도입총괄팀장, 에디터 등 3명으로 구성된 출장단의 항공료는 1594만3500원이었다. 이들은 모더나 본사가 위치한 미국 보스턴까지 대한항공을 이용해 뉴욕을 경유했는데 비즈니스석을 탑승한 강 차관의 왕복 항공료만 955만6500원에 달했다. 강 차관이 숙박한 모 호텔의 스위트룸 숙박료를 포함해 1박 2일 일정에 이들이 사용한 전체 출장비는 약 1900만원이었다.
이들 대표단은 모더나의 백신 공급 지연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미국 본사를 방문했다. 앞서 모더나는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의 문제를 들어 8월 물량(850만회분)의 절반 이하만 공급할 수 있다고 통보한 바 있다. 정부 대표단의 항의 방문 이후 모더나 백신은 지난달 23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294만4000회분 도입됐다. 이날 도착분(126만3000회분)까지 합하면 모더나가 약 2주간 국내에 공급한 물량은 420만6000회분이다. 모더나는 약속 기한을 하루 넘긴 6일 255만2000만회분을 추가로 보내기로 했지만, 여전히 애초 약속했던 701만회분에 못 미치는 물량이다.
강 차관은 지난달 17일 브리핑에서 직접 “지난 13일 코린 르 고프 모더나 최고판매책임자 등과 3시간 동안 협의했다”며 “모더나의 잦은 공급일정 번복에 대해 강한 유감과 항의를 표명하고, 공급 불안정이 지속되면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더나도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어려움을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고, 공급 차질의 원인이 된 협력사의 실험실 문제도 거의 해결됐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허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백신 도입의 구체적 일정을 확약받았냐는 질문에도 “모더나는 8월 21일 원활한 예방 접종을 위해 9월 초까지 공급 시기를 앞당기고 물량을 확대해 달라는 우리 측 요청을 소용하여 701만회분을 9월 첫째주까지 공급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모더나사와 701만회분의 공급에 대해 별도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고 이메일 등을 통해서만 관련 내용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찬/이선아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