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는 데 성공한 난민 형제가 독버섯을 먹고 잇따라 숨졌다.
AP통신 등은 3일(현지시간) 지난달 23일 부모를 따라 폴란드 바르샤바 교외 난민캠프에 도착한 5, 6세 형제가 다음 날 독버섯을 먹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지난 2일 동생이 사망한 데 이어 형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동생은 뇌 손상을 겪은 끝에 전날 먼저 사망 판정을 받았다. 형 역시 심각한 뇌 손상 증상이 확인되는 등 예후가 좋지 않아 간 이식 수술까지 받았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다만 함께 독버섯을 먹고 병원으로 이송됐던 17세 누나는 치료를 받고 현재 퇴원한 상태다.
의료진은 독버섯의 독이 성인보다 아동에게 더 치명적이라고 전했다.
이들 가족은 센터 인근에서 채취한 버섯으로 수프를 끓여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난민캠프에서 지원되는 식사 외에 따로 버섯을 채취한 부분을 두고 폴란드 현지 언론은 "충분한 식량이 제공되지 않아 아프간인들이 굶주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난민센터 측은 이를 부인했다.
폴란드 외국인청 대변인은 "피난민들에게는 유제품, 육류, 채소, 과일, 음료 등 적절한 칼로리가 있는 다양한 식품들로 구성된 식사가 하루 세끼 제공된다"고 해명했다.
마리우스 카민스키 폴란드 내무부 장관은 "이번 사건은 비극이지만 센터의 부주의나 과실 탓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폴란드 검찰이 이들이 독버섯을 채취하게 된 경위를 수사 중이다.
형제의 아버지는 영국군에 수년간 협력한 회계사로 알려졌다.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점령하자 폴란드 군대와 아프간을 탈출해 해당 캠프에 머물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탈레반의 카불 점령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에 협력한 1000여 명의 아프간인들을 탈출시켰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