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대구로병원, 해동 후 방치된 화이자 백신 140여명에 접종

입력 2021-09-04 14:20
수정 2021-09-04 14:55


서울 고려대구로병원에서 해동 후 접종 권고 기한이 지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140여 명에게 접종한 사실이 알려졌다.

4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고대구로병원은 지난달 26일과 27일 화이자 접종을 진행하면서 해동 후 접종권고 기간이 임박했거나 초과한 백신을 투여했다.

고대구로병원은 지난 3일 "귀하께서는 해동 후 접종 권고기한이 임박했거나 약간 초과된 백신을 접종받으신 것으로 확인됐다"며 "안전성에 우려는 없지만 충분한 면역이 생기지 않을 우려가 있어 질병관리청 전문가 심의위원회에서 재접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문자를 접종자들에게 발송했다.

화이자 백신은 냉동 상태에서 보관하고, 냉장고나 상온에서 해동해서 써야 한다. 미개봉 병은 상온에서 최대 2시간까지만 보관해야 하며, 병을 열어 식염수에 희석했다면 3시간 이내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유통기간이 지난 것은 아니지만, 해동 후 백신을 그대로 보관했다가 백신에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잘못 보관된 백신을 맞은 접종자는 140여 명으로 대부분 1차 접종자였다.

접종자들은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상 반응을 느낀 일부 접종자들은 새벽부터 응급실을 찾아 검사를 받고 있다.

A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저녁 9시 가까이 돼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는데, 청천병력같은 소식"이라며 "너무 황당한데, 잘못은 병원이 하고 전화는 보건소 직원이 한다"고 해당 상황을 알렸다.

그러면서 "대학병원이니 믿을 만 하겠거니 하고 예약한 건데 배신감이 어마어마하다"면서 밝혔다.

고대구로병원 측은 이상 반응이 있는 접종자는 바로 응급실로 갈 수 있도록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백신 재접종 여부에 대한 당국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정부 지침에 따라서 후속 조치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점검, 관리, 교육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