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중도파 인사인 조 맨친 상원의원(사진)이 또다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3조5000억달러 규모의 사회복지성 예산안에 제동을 걸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미국 상원 의석을 50석씩 나눠 갖고 있는 상황에서 맨친 의원이 반대하고 나서자 백악관과 민주당은 비상이 걸렸다.
맨친 의원은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3조5000억달러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현재 미국의 경제적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맨친 의원은 “일부 의원은 우리에게 미래 위기 대처 자금이 무한대로 있고 수조달러를 지출해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위기 이후 우리는 18개월간 5조달러 이상을 써 국가 부채는 28조7000억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도한 부채가 국가 안보의 가장 큰 위협’이라는 마이크 뮬런 전 합참의장의 말을 생각해봤으면 한다”며 “우리의 선택이 다음 세대의 미래를 비참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맨친 의원은 이런 위기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3조5000억달러 규모의 예산안 통과를 전략적으로 일시 중단하자고 촉구했다.
현재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인프라딜 가운데 1조달러 규모의 물적 인프라 예산은 찬성하고 있지만 3조5000억달러 규모의 인적 인프라 예산에 대해선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인적 인프라 예산과 관련해 상원에서 공화당이 의사진행 방해 절차인 필리버스터를 쓰지 못하도록 ‘예산 조정’ 절차를 도입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맨친 의원이 반대하면 상원에서 과반에 미달해 예산조정 절차를 밟을 수 없다. 맨친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최저임금 2배 인상안과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지명에도 제동을 걸어 철회시킨 전력이 있다.
일각에서는 맨친 의원이 예산안 통과를 결사반대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지역구 상황을 고려한 정치적 행동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맨친 의원은 공화당 색채가 강한 웨스트버지니아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맨친 의원은 3조5000억달러의 인적 인프라 예산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와 새로운 변수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맨친 의원을 설득해야 다른 초당파 의원들의 표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NBC방송은 “맨친 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의 최우선 입법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민주당이 예산 규모를 줄이도록 강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