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펼쳐질 ‘HR 뉴노멀’[삼정 KPMG CFO Lounge]

입력 2021-09-06 05:50
수정 2021-09-06 11:13
코로나19 대유행은 기업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전례 없이 장기간 지속중인 이동과 접촉 제한을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의 활용범위와 폭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 늘어나는 규제와 통제에 대응하기 위해 의사결정과 실행의 신속성이 강화되고 있다.

예상보다 훨씬 장기화되고 있는 팬데믹 상황에서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으며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주요 경영 분야 중 하나는 바로 ‘인사(HR)’다. 이른바 완전히 새로운 HR, ‘HR 뉴노멀(New Normal)’이 거론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촉발하고 있는 ‘HR 뉴노멀’의 핵심 변화 방향은 무엇일까.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고, 개인의 심리적으로도 다른 지역과 국가로 이동하는 것을 위험한 일로 여기게 됐다. 기업들의 생산과 소비에서 전세계적으로 얽혀 있던 공급·판매망은 되려 큰 위험요인이 됐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새로운 관점과 방식의 공급망 재편과 판매방법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HR 뉴노멀은 본국 주재원에 의존하던 해외법인 관리를 현지인력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각국 정부의 고용유지 압력이 매우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팩토리로의 전환, 온라인 플랫폼·채널 등 비대면 방식의 판매채널 비중이 현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각종 엔지니어, 인공지능 전문인력, 데이터 분석가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게 인재 관련 최우선 투자영역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동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비대면 활동 확대를 수반하며, 비대면 활동은 결국 디지털 역량을 필요로 한다.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협업하는 것부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많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데 이르는 다양한 디지털 역량이 업종에 관계없이 필수 공통 역량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기업은 전문 디지털 역량을 가진 인재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이들을 유지하기 위한 별도의 인재확보 및 관리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나아가 디지털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업무를 수행하는 임직원들도 일정 수준의 디지털 이해도(Digital Literacy)를 갖추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변화관리 및 교육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지난 수 년간 방치한 직무기술서도 바꿀 필요가 있다. 각종 디지털 도구와 자원을 활용하여 일하는 방식을 효율화하고, 같은 직무라도 필요역량, 직무목표, 세부과제, 협업연관직무, 선·후행 직무 등을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

컴퓨터 기반이 아닌 모바일 기반, 나아가 클라우드 기반의 인사관리 운영시스템의 도입과 활용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정보의 큐레이션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모바일 기반 인사시스템이 도입되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모바일 기반 디지털 시스템이 직무, 역량, 교육, 경력에 관련된 대내외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연결해 주게 되면, 자기주도형 학습이나 경력관리 등이 더 활발히 일어날 수 있다. 이 같은 역량 확보나 개발을 주도하는 책임자를 기존 임원이나 팀장급이 아닌,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이른바 밀레니얼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에게 맡기는 것도 적극 고려해 볼만 하며 이를 통해 보다 빠르고 실질적인 디지털화 준비와 실행이 이뤄질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업은 각종 활동에서 정부의 강한 규제를 받고 있고, 기업 내 구성원 개인들도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됐다. 그동안 기업 핵심경쟁력으로 관리됐던 권한위임, 자기주도형 성장, 실패에 대한 장려, 에자일(Agile·민첩한) 운영 등이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 상당히 어려운 과제이간 하지만 기업 인사전문가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자기주도형 인재에 대한 권한을 위임을 통한 육성, 활기찬 조직 문화 등을 유지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회 첫발을 내딛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다면 이른바 '코로나 세대'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코로나 세대의 등장을 막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협업해 채용과 육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기본소득 논쟁과 고용 안전망 확대 이슈 등은 결과적으로 개별 기업 내부의 보상정책, 평가정책, 퇴직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직원을 서열화 등급화한 후 일부 우수성과자에게 보상과 고용 재원의 상당부분을 몰아주는 방식에 대한 재고와 새로운 패러다임의 평가 보상체계로의 전환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한편 기존의 채용-평가-보상 방법으로는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기 어려운 분야도 급증하고 있다. 새로운 전문 역량과 아이디어로 전에 없는 가치를 창출하는, 이른바 ‘뉴컬러(new color)’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플랫폼기반 연구개발, 핀테크 등 대부분 4차 산업혁명 관련 역량과 직무들이다. 이 분야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과거의 공채나 대규모 선발로는 불가능하고, 이들의 재능과 역량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기존 스타트업 생태계, 각종 전문 교육기관, 혹은 관련 전문가 플랫폼에서 어느 정도 경쟁을 통해 검증된 인재의 포트폴리오를 검토하고 채용을 진행하는 방식이 본격적으로 검토되고 시도될 것이다.

뉴컬러 인재에 대해서는 기존 평가 방식보다는 프로젝트 기반 업적평가와 협업한 동료 평가가 더 유용하다. 이는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뉴컬러 인재 자체의 동기부여와 자기주도적 경력개발의 주요 참고정보로도 활용될 것이다. 보상에 있어서도 많은 새로운 시도가 예상된다. 신사업을 주도하는 뉴컬러 인재들에 대해서는 1년 주기가 아닌 프로젝트 주기에 따른 프로젝트 인센티브와 프로젝트 후 연봉 조정, 그리고 그간 임원들에 한정돼 부여되던 장기주식연계보상이 활발히 사용될 것이다. 더불어 뉴컬러 인재들에게는 결국 데이터에 근거한 의사결정만이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 모든 이면에는 과거보다는 한층 체계적인 데이터기반 분석과 의사결정이 자리할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공간에서 내 앞에 있는 우리 조직 내부 구성원들에만 효과적인 리더십의 시대는 가고, 언제 어디든 어느 조직에 있든 다양한 전문성을 잘 조합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리더의 시대가 왔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원격 리더십이 핵심적 리더 모델로 자리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새로운 리더들은 위기극복과 비용절감만 강조하기 보다는 △미래비전과 이를 위한 준비 △구성원과 조직역량 새로운 환경에 맞게 재정비 △과학적·디지털화된 의사결정 △개개인의 성장욕구와 이를 향한 에너지 및 동기부여에 집중하며 구성원들을 리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