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할아버지가 정차된 남의 오토바이의 엑셀을 임의로 당겨 사고를 일으킨 뒤 보험 접수까지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할아버지 아들에게 연락이 와서 '놀랐으니 보험 접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혀 공분을 샀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도우려는 '선의'로 오토바이를 만졌다가 사고를 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일 한문철 TV에는 '모르는 할아버지가 갑자기 오토바이 엑셀 당긴 사고, 그 사건에는 우리가 몰랐던 진실이 있었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을 통해 한문철 변호사는 문제가 된 지난 1일 유튜브 영상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1일 공개됐던 영상은 오토바이 운전자 A 씨가 제보한 것으로 한문철 변호사는 A 씨의 주장에 따라 "6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일시 정차 중인 자신의 오토바이의 스로틀을 임의로 당겨 전방에 주차 중인 차량과 추돌했다"면서 "해당 남성의 아들은 '아버지가 심장이 안 좋다'며 대인접수까지 요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 영상에는 가만히 서 있는 오토바이에 할아버지가 손을 대는 순간 급출발했고 A 씨는 이를 잡으려 쫓아가는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아들 B 씨의 해명이 나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B 씨는 한경닷컴에 "의도와 다르게 악의적으로 편집된 영상과 기사들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라고 사건의 전말을 전했다.
B 씨 측에서 공개한 영상은 한문철 변호사 유튜브에 2일 업로드됐으며 오토바이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자 잡아주려고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담겼다.
B 씨 "유튜브를 보다가 너무 어이가 없었다. 저희는 건물 왼쪽 순댓국집에서 식사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속이 안 좋아 잠시 밖에 바람을 쐬러 나갔다"며 "앞에 잘린 부분의 영상을 보면 A 씨가 오토바이에 음식을 올리고 있을 때 오토바이가 많이 흔들리고 중심을 잃은 것 같았다. 아버지는 손자뻘인 A 씨가 음식을 꺼내면서 오토바이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 같아 지켜보시다가 안타까워 같이 오토바이를 잡아주시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 당시 남을 도와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오지랖이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사고가 발생하자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반말로 화를 내고 있었다. 나중에 저와 통화할 때는 A 씨 본인이 '욱하는 성격 탓에 반말하고 욕했던 것'이라고 사과했다"며 "솔직히 열심히 살려고 하는 어린 친구라 저희가 돈을 주는 게 맞겠다 싶어서 A 씨에게 요구할 게 있으면 말하라고 했지만 '오토바이에 손상이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아울러 A 씨가 사고 이후 보험 처리를 미숙하게 하자 조언까지 해줬다고 했다.
이어 "사고 발생 3일 후 오토바이에 손상이 없다고 했던 A 씨가 갑자기 '오토바이를 고쳐야 한다. 150만 원 달라'고 하더니 그다음에는 '180만 원을 달라'고 했다. 견적서를 받아보고 싶다고 하니 '얘기만 들어서 가견적이라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며 "A 씨에게 몇 번 전화를 하고 금액을 물어주겠다고 했는데 맨 처음에는 오토바이가 멀쩡하다고 하더니 그 다음에는 150만 원, 180만 원 말을 계속 바꿨다"고 주장했다.
A 씨는 한문철 변호사와 통화에서 "할아버지가 도와주시려는 것인지 몰랐다"라며 "어제 아들과 전화하면서 죄송하다고 얘기했다. 오해는 만나서 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도와주려는 분한테 수리비를 받기가 좀 그래서 199만 원 수리비 중 라이트 깨진 거 20만 원만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B 씨는 "더 이상의 안 좋은 댓글은 오토바이 학생과 저한테 상처가 되니 자제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도와주다가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손해는 물어줘야 한다"면서도 "법원에서도 좋은 마음으로 그랬으면 손해배상을 조정할 수 있다. 저 같아도 오토바이 흔들릴 때 잡아줄 거 같다"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