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창사 후 첫 파업으로 인한 수출 물류 대란까지 우려됐지만 이틀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HMM은 배재훈 사장과 육상·해상노조가 2일 임금 7.9% 인상과 격려금 650% 지급, 복지 개선 2.7% 인상 등의 내용을 담은 임단협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18일 올해 임단협을 시작한 지 77일 만이다.
사실상 고정급인 교통비와 복지포인트 인상분을 감안하면 총액 기준으로 10.6% 올라 두 자릿수 인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육상직 평균 연봉인 6000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임금 인상분 474만원, 복지포인트 및 수당 170만원, 격려금 3900만원 등 총 4544만원의 인상분이 생긴다. 격려금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지급될 예정이다.
합의안에는 수당 및 복지제도 개선과 향후 임금 조정을 위한 노사 참여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의 내용도 담겼다. 육상·해상노조 위원장들이 교섭 관련 전권을 위임받아 해당 안은 조합원 찬반투표 없이 확정됐다.
이날 HMM 노사가 극적 합의를 이뤘지만 수차례 협상 결렬과 파업결의, 단체 사직과 집단 이직 카드까지 총동원되는 등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노조는 8년간의 임금 동결을 보상받겠다고 주장했고, 사측은 3조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이상 급격한 임금 인상은 어렵다고 난색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해상과 육상노조가 시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각각 90% 넘는 찬성률로 가결되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도 실패로 끝나면서 국내 최대 선사 파업에 따른 물류 대란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지난 이틀간의 담판 중 협상 결렬 직전까지 가는 위기도 있었지만 산업은행과 해양수산부 등의 중재로 협상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사측은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상황과 해운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해 합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물류 대란 우려가 커지는 것을 두고 볼 순 없었다”며 “사측과 향후 3년간 임금 정상화 방안을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선박 부족 및 운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던 수출 중소기업들은 안도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HMM의 원만한 임금 협상 타결 소식을 크게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무역업계는 HMM이 3주간 파업할 경우 예상 피해액이 약 5억8000만달러(약 6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