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캠코더 대사들의 '혼밥'…이러니 외교참사는 당연한 귀결

입력 2021-09-02 17:24
수정 2021-09-03 06:47
이 정부에서 외교 경험이 없는 소위 ‘캠코더(문재인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특임공관장(대통령이 특별히 임명)들의 활동이 극히 저조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주요 공관 39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2020~2021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 집행 현황’을 보면 주재국 인사 접촉 실적이 저조한 공관 8곳 중 5곳에 ‘캠코더’ 출신이 대사로 있다. ‘외교 문외한’을 ‘내 편’이란 이유만으로 정실 인사를 했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대사가 주재국 정부 인사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기본적 임무다. 그러나 ‘캠코더 대사’들의 활동을 보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한가하다. 청와대 인사수석을 지낸 조현옥 주독일대사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출신 노태강 주스위스 대사는 8개월간 접촉이 각각 1건에 불과했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주중대사는 1년7개월간 16건이었으나, 중국정부 인사와의 접촉은 2건밖에 안 됐다. 외교부는 코로나로 비대면이 늘었다지만, 조 대사와 같은 시기 부임한 직업 외교관 출신 인접국 대사는 30건이 넘는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부의 순혈주의를 깬다며 특임공관장 비율을 30%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능력이 검증된 전문가를 보내야 마땅한데 실제론 거꾸로 갔다. 이 정부의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첫 ‘4강 대사’부터 외교경력이 없고, 일부는 주재국 언어도 구사하지 못하는 대선캠프 인사들로 채워졌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4강 대사는 아무나 해도 되나”라고 한탄했을 정도다. 그 뒤에도 인사 때마다 ‘보은’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전리품 나눠먹기식’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전문성이 없다 보니 대사들이 주재국 인사들을 만나길 피하고, ‘혼밥’하며 시간만 때운다는 소리를 듣는 지경이 된 것이다.

이러니 주요국들과의 외교 관계가 참사 수준을 면치 못하는 것 아닌가. 미국과는 동맹 균열로 소원해졌고, 일본과는 거의 파탄난 지경에 이르렀으며, ‘친중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부터 대놓고 무시당하는 처지다. 게다가 툭하면 해외 공관에서 갑질, 성추행 등 기강 해이 사건이 벌어져 국격을 떨어뜨렸다. 대사 자리는 정권 전유물이 아니다. 외교 공백을 자초한 대사들을 즉각 교체하고 ‘코드’가 아니라 오직 국익 차원에서 자질을 갖춘 인물로 채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