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집을 사고팔 때, 그리고 전·월세 계약을 맺을 때 중개 수수료 부담은 과연 낮아질까. 정부는 지난달 20일 부동산 중개보수 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하며 10월부터 적용하겠다고 했다.
골자는 매매의 경우 0.4~0.9%인 상한 요율을 0.4~0.7%로 낮추는 것이다. 특히 매매가격이 9억원을 넘으면 현행 0.9%인 최고 요율을 0.5~0.7%로 인하키로 했다. 임대차의 경우엔 0.3~0.8%인 상한 요율이 0.3~0.6%로 낮아진다. 이 가운데 임대차 가액이 6억원 이상이면 최고 요율이 현행 0.8%에서 0.4~0.6%로 낮아진다.
국토교통부는 바뀌는 중개보수 체계를 설명하며 수수료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중에서도 매매 6억원 이상, 임대차 3억원 이상이면 국민들이 중개 수수료가 낮아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의 이 같은 전망은 100% 믿어도 좋을까. 기자는 절반은 맞겠지만 절반은 틀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우선 정부 설명이 어느 정도 맞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어찌됐건 요율 상한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보수는 요율 상한선 안에서 소비자와 공인중개사가 협의해서 결정된다. 매매의 경우 최고가 0.9%에서 0.7%, 임대차는 0.8%에서 0.6%로 낮아지니 수수료를 깎는 것을 계면쩍어하거나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소비자들은 혜택을 보게 된다.
하지만 수수료 협상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실제 수수료율이 낮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예전에 중개업소에서 수수료 협상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앞으로 수수료율이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실제 사례다. A씨는 2006년 서울 서초구의 30평형대 아파트를 8억원에 매입하며 수수료로 360만원을 지급했다. 수수료율은 0.45%였다. B씨는 2011년 서울 영등포구의 20평형대 아파트를 11억원에 사면서 수수료율을 0.4% 적용받았다. ‘복비’로 440만원을 냈다. C씨는 2014년 서울 마포구의 30평형대 아파트를 6억원에 사면서 수수료로 300만원을 지급했다. 수수료율은 0.5%였다. B씨는 중개사로부터 수수료를 많이 받아 미안하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문재인 정부 이전엔 매수자와 매도자의 수수료율을 합해 상한선인 0.9%를 적용하는 관행이 상당수 지역에 존재했다.
하지만 10월부터 새 중개보수가 적용되면 중개사들은 수수료율로 양쪽 모두에 상한선 또는 근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수수료율, 엄밀히 말해 ‘실제 수수료율’은 몇 년 전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정부가 공개한 실태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5년간 부동산 거래 경험이 있는 소비자 1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매매의 경우 87.2%, 임대차는 83.7%가 상한요율 또는 상한액이 적용됐다는 답을 했다고 한다.
중개사들이 예전에 비해 수수료율을 더 높게 받는 것은 거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두세 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예년에 비해 반토막 이상 줄었다. 더 오를 것이라고 보고 매물을 내놓는 사람이 줄어든 탓도 있다. 하지만 문 정부 들어 서울의 아파트 값이 2배가량 뛰어 거래비용이 커진 데다 정부가 양도소득세를 강화한 영향이 크다. 전·월세 거래도 지난해 7월 말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크게 감소하고 있다.
중개사들의 수입이 ‘수수료율×거래건수’로 이뤄지니 수수료율을 높게 요구하는 심정이 이해된다. ‘거래 절벽’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중개사들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부동산 실정의 책임을 중개사의 희생으로 무마하려 한다는 공인중개사협회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소비자나 중개사 모두 수수료 때문에 생기는 불만이다. 하지만 이를 최소화할 방법은 있다. 최선은 집값이 하향안정되며 거래가 좀 더 활발히 일어나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공급을 늘리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