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그룹(한컴그룹)이 100㎏ 이하 ‘초소형’ 관측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 국내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다. 한컴그룹은 위성을 통해 수집한 영상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난관리와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합 정보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위성 50개 쏘아 올릴 것”한컴그룹은 2일 경기 성남시 한컴타워에서 ‘우주·항공 사업전략 발표’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내년 상반기 지구 관측용 민간 위성 ‘세종 1호’를 발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한컴그룹이 인수한 우주·항공 전문 기업 한컴인스페이스가 사업을 주도한다. 한컴인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출신인 최명진 연구원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 드론 영상 분석, 위성 지상국 구축과 관련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 100조원에 달하는 영상 데이터 시장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세종 1호는 초소형 위성이다. 가로 20㎝, 세로 10㎝, 높이 30㎝ 크기다. 90분에 한 번씩, 하루 12~14회 지구를 선회할 수 있다. 무게는 10.8㎏으로 사람이 들 수 있을 정도다. 지상으로부터 500㎞인 저고도 궤도에서 운용되며, 5m 해상도 관측 카메라를 통해 일곱 가지 파장의 영상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발사 비용은 5억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한컴그룹은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 등 약 5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세종 2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2023년 이후에도 6개월마다 5호까지 위성을 쏘아 올려 최종적으로 50기 이상의 군집 형태를 구현한다는 게 한컴의 목표다. 예상 손익분기점은 3년이다.
미국 우주위성 데이터 기업 ‘스파이어글로벌’과 함께한다. 나스닥 상장사인 스파이어글로벌은 미 항공우주국(NASA) 협력사다.
한컴그룹은 위성 본체와 발사체 개발, 발사대 운영과 데이터 송수신 등 전 분야에서 스파이어글로벌과 협력하기로 했다. 이 밖에 아마존웹서비스(AWS)와는 지상국 안테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네이버클라우드와는 클라우드 지상국 서비스를 공동 출시할 계획이다. ‘장녀경영’ 닻 올랐다
이날 간담회 현장에서는 ‘그룹 2세’ 김연수 한컴그룹 미래전략총괄 겸 한글과컴퓨터 대표(사진)가 모두발언을 했다.
김 대표는 그룹운영실장(부사장)으로 일하다 지난달 현 직책에 올랐다. 대표 자격으로 공식 석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월 김 대표는 사모펀드 운용사 메디치인베스트먼트를 우군으로 끌어와 그룹 내 주요 지분을 확보했다.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 전량을 포함해 한글과컴퓨터 주식 232만9390주(약 9.4%)를 인수한 것이다. 김 대표는 한컴 일가 2남 1녀 중 맏이다. 형제들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아 사실상 승계를 낙점받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우주항공 사업을 기점으로 ‘실적 쌓기’를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한다. 그는 지난해 한컴인스페이스 인수합병(M&A) 당시 거래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룹운영실장으로서 한컴인스페이스가 있는 대전을 수차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항공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이번 위성 사업에서도 세부 사항 결정에 김 대표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들과 친분이 많다”며 “양호한 실적 대비 기업가치 평가가 저조한 환경에서 그룹 시가총액을 끌어올릴 ‘알짜’ 테크 비즈니스를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한컴그룹이 주력하는 로봇, 인공지능(AI),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김 대표 주도의 사업 구체화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시은/김주완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