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다세대 연립주택 등 빌라 매매 거래가 아파트 매매를 8개월째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모두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매매 건수는 총 2555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아파트 매매 건수는 2019건에 그쳤다. 부동산 매매 거래를 하면 30일 내 신고하기 때문에 거래 건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은평구(251건)와 강서구(245건) 등에서 손바뀜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집값이 싼 서울 외곽 지역에 빌라 매매 실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주택 시장에서 아파트 거래는 빌라보다 두세 배가량 많다.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녹지, 주차장 등 주거 인프라가 열악해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지난 1월 빌라 거래량(5838건)이 아파트 거래량(5797건)을 앞지른 이후 ‘매매량 역전 현상’이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를 찾는 2030세대도 늘어나고 있다. 은평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자금력이 부족한 20~30대 손님들의 빌라 매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이 서울 아파트를 넘어 빌라 시장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빌라로 눈길을 돌리는 수요자가 늘어나면서 빌라 매매 가격도 오르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인 다방이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7월 서울 빌라의 평균 매매가는 3억4629만원으로, 6월(2억7034만원)보다 28.1% 상승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공급난과 전세난이 장기화하면서 빌라 등 비(非)아파트 시장의 매수심리가 강해지는 ‘풍선효과’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천정부지로 오른 아파트값과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자들이 대체재인 빌라 시장으로 이동했다”며 “하지만 빌라는 아파트와 달리 시세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렵고 환금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 등을 통한 무리한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