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개월 된 딸을 방임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은 친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44)와 부인 조모씨(42)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 부부의 사건은 2017년 부인 조씨가 경찰에 자수하면서 알려졌다. 조씨에 따르면 김씨는 2010년 태어난 딸 A양의 친자 여부를 의심했다. 조씨가 외도를 통해 낳은 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조씨는 이런 이유로 남편 김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영아에게 필수인 예방접종을 한 차례도 맞히지 않는 등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고 한다.
조씨는 아기가 2~3일 간 고열이 지속되다가 눈을 뜬 채로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조씨의 진술에 따르면 김씨는 숨진 아기를 화장실에 보관한 뒤 한 달이 지난 후 시신을 흙과 함께 나무상자에 담고 밀봉해 6년간 집에 보관했다.
아이의 출생신고를 따로 하지 않아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았기에 6년간 아이의 사망과 관련해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16년부터 남편과 따로 살게된 조씨가 2017년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조씨는 2017년 3월 “반지하집 방에 있는 나무상자에 아이 시신이 있다"며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2개월 된 아이가 죽었다”고 112 신고를 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나 나무상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 사건에서 결정적인 피해자의 시신과 나무상자가 발견되지 않았고 피해자에 대해 알고 있던 주변 사람들이 거의 없었던 만큼 조씨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본 적도 유기한 적 없다는 김씨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직접적인 증거인 피고인 조씨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나머지 증거들은 피고인 조씨의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지 못하거나 간접증거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조씨는 피해자가 사망한 직후 배낭에 넣었다가 한 달 후 화장실로 옮겼다고 하는데 시신을 상온에 방치하면 부패하고 악취가 발생해 함께 사는 화장실에 보관했다고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또 사망 1개월 후에는 나무상자에 넣어 보관했다고 하는데, 악취가 나는 나무상자를 6년간 들고다니며 일상생활을 한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조씨가 김씨로부터 도망쳐 나와 가정폭력에 관해 진술할 때 피해자 사망에 관한 중대한 진술을 하지 않은 것 이해하기 어렵고 조씨의 딸도 이 사건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기에 공소사실 을 뒷받침할 증명력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2일 열린 1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조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구형했다.
앞서 김씨는 2019년 1월 조씨와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그해 11월 열린 선고공판에 나오지 않고 잠적했다. 그는 올해 5월 경찰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지명수배자라는 사실을 밝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