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도 이름값이지"…뜨거운 브랜드명 차별화 경쟁

입력 2021-09-02 15:30
수정 2021-09-02 15:40

64조원 규모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둘러싼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갈수록 뜨겁다. 운용사들은 각자의 ETF 브랜드명을 투자자들에게 각인시키고 검색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2일 삼성자산운용은 중국에 투자하는 ETF 명칭을 'KODEX 차이나'로 통일하기로 했다. 'KODEX 중국본토 A50'이 'KODEX 차이나 중국본토 A50'로 바꾸는 식이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투자자의 검색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 보수도 연 0.12%로 중국 시장지수 ETF 중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국내 ETF 시장이 급성장 중인 데다가 개인 투자자들이 거래소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는 ETF 상품 특성상 브랜드 전쟁은 불가피하다. 지난 1일 기준 국내에 상장된 ETF 총 운용 규모(순자산총액)는 64조3145억원으로 65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5월 60조원을 돌파한 지 3개월여 만이다.

브랜드명에는 각 운용사의 정체성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ETF 브랜드명은 '코리아(한국)'과 '인덱스(지수)'를 합친 'KODEX'다. 삼성자산운용은 2002년 국내 업계 최초로 ETF를 선보였다. 배재규 부사장이 금융당국을 직접 설득해 국내에 ETF를 도입한 일화는 업계에서 전설처럼 전해진다. 삼성자산운용은 특히 레버리지, 인버스 등 지수형 ETF 상품에서 강세를 보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브랜드명은 'TIGER'다. 투명하고(Transparent), 혁신적이고(Innovative), 투자하기 쉽고(Generalized), 효율적이며(Efficient), 신뢰할 수 있는(Reliable) 금융상품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해 한때 브랜드명을 바꾸는 걸 내부적으로 검토하기도 했다. 고유명사 KODEX와 달리 TIGER를 검색하면 호랑이 관련 내용 등 금융상품 외 검색 내용이 잔뜩 나와서다. 하지만 테마형 ETF 열풍 속 호랑이의 기세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TIGER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 패시브·액티브 ETF 브랜드명을 분리했다. 패시브는 'KINDEX', 액티브는 '네비게이터'다. 액티브 ETF에 한투운용의 스테디셀러 '한국투자네비게이터펀드'처럼 한투만의 운용 전략을 가미하겠다는 의미다. 액티브 ETF는 기초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패시브와 달리 자산운용사의 운용 전략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된다.

한화자산운용의 브랜드명은 'ARIRANG'인데 한국 자산운용사의 상품인 것을 알리는 동시에 검색 우위도 노릴 수 있다. A로 시작해 ETF를 나열할 때 가장 먼저 노출된다.

'헤지펀드 명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올해 ETF 시장에 뛰어들면서 브랜드를 아예 사명인 TIMEFOLIO로 정했다. 공모시장에서 이름값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