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오르는데 엔씨소프트만…크래프톤과 시총 격차 11조 달해

입력 2021-09-02 15:06
수정 2021-09-02 15:07

올 상반기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순위에서 게임주의 약진이 돋보이는 모습이다. 원조 대장주인 엔씨소프트만 제외하고서다. 전문가들은 각사의 주가가 개별 재료로 급등락하고 있는 만큼 종목을 고를 때 게임 혁신성과 다변화 의지, 중국 의존도 등 다양한 항목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종가 기준 엔씨소프트의 코스피 시총 순위는 30위(13조9847억원)다. 24~25위를 넘나들던 엔씨소프트는 26일을 기점으로 순위가 계속 하락했다. 지난 26일 출시된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블소2)이 초반 흥행에 실패하면서 실망감이 주가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주가는 닷새 동안 24%가량 빠졌고 시총은 4조3908억원이 증발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강한 매도세가 영향을 미쳤다.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보면 개인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7858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029억원과 2935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10일 상장해 새로운 게임 대장주로 등극한 크래프톤은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지난 1일 처음으로 공모가(49만8000원)보다 높은 50만7000원에 마감했기 때문이다. 오는 9일 코스피200지수 특례 편입을 앞두고 강세를 앞둔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기관 자금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상장 이후 이달 1일까지 기관투자자들은 총 680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대거 매도에 나선 엔씨소프트와는 정반대 양상이다. 1일 종가 기준 크래프톤의 시총은 24조8184억원으로 엔씨소프트와의 격차가 10조8000억원까지 벌어졌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대형 게임주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가 시총 3위를 두고 엎치락 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5일까지만 해도 셀트리온제약과 카카오게임즈는 각각 3, 4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26일 위치는 뒤바뀌었다. 카카오게임즈의 주가가 모바일게임 '오딘:발할라라이징'의 서버 증설 소식에 힘입어 11% 넘게 오르면서 셀트리온제약을 밀어내고 시총 3위에 오른 것이다. 이튿날 카카오게임즈가 약세로 돌아서며 셀트리온제약은 3위를 되찾았지만, 1거래일 만인 30일 펄어비스에 다시 자리를 내줬다. 이날 펄어비스는 신작 도깨비에 대한 기대감과 검은사막 모바일 사전예약 효과 등으로 15%가량 상승 마감했다.

특히 펄어비스는 일주일새 시총을 약 28% 끌어올리면서 셀트리온제약 시총과의 격차를 크게 줄였다. 전날 종가 기준 셀트리온제약과 펄어비스의 시총은 각각 6조2059억원, 5조9268억원이다. 카카오게임즈(5조9665억원)와 펄어비스의 시총 차이는 400억원도 되지 않는다. 각사의 시총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제약·게임주가 업종 특성상 주가 변동이 큰 점을 감안할 때 이들 간 자리다툼은 당분간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게임주 선별 시 더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각종 규제 등으로 게임 업황이 불안정해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이어서 게임주가 개별 이슈로 차별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노출도가 낮은지, 중장기적 관점에서 게임 외적인 요소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지 등이 중요한 선별 기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게임업계는 대형사의 게임을 답습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대형주들이 나서서 메타버스와 클라우드 등 실험적인 요소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며 "펄어비스의 차기작 도깨비도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일변도의 기존 시장을 탈피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