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6개월 앞두고 정치권의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 정치권에서 생각이 다르면 누구든 ‘적’으로 간주해 거친 말을 쏟아내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여야 모두 정책 대결보다 자극적이고 거친 언행으로 강성 지지층 결집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군 요직을 지낸 전직 장성들이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에 합류한 데 대해 “쪽팔린다”고 말했다. ‘격한 표현’이란 진행자의 지적에도 “격해도 될 것 같다”며 “속되게 말하면 별값이 똥값 된 것”이라고 했다. ‘방송 언어로 부적합하다’는 진행자의 거듭된 만류에도 사과 대신 “그렇다면 ‘부끄럽다’로 정정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형적인 ‘지지층 달래기’란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문재인 정부에서 고위직을 맡았던 인사들이 잇따라 국민의힘에 합류하자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 의원이 지지층을 안심시키는 동시에 추가 이탈 방지를 위한 경고 메시지를 냈다는 것이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이 불발되자 여야 합의 처리를 강조한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욕설을 연상시키는 ‘GSGG’라는 표현을 사용해 ‘금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당 소속의 국회의장에게 막말을 퍼부은 건 상식 이하라는 지적이 많다.
국회 밖에서도 막말은 이어졌다. 이달 1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가족 측 법률대리인 정철승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101세)를 향해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고 말해 “패륜적 발언”이란 비판을 받았다. 정 변호사는 이날도 페이스북을 통해 “오히려 하루 사이에 팔로어만 300명 이상 늘었다”며 “요즘 나는 약 80세 정도가 그런 한도선이 아닐까 생각하는데”라며 논란을 이어갔다.
대선주자 간에도 막말 논란이 벌어졌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일 ‘영아 강간·살해범을 사형시키겠다’고 언급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형사 처벌과 관련한 사법 집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좀 두테르테식”이라고 저격했다. 이에 홍 의원은 “문 대통령이 두테르테고, 귀하는 두테르테의 하수인이었다”고 받아쳤다. 이를 두고 경쟁자를 비방하기 위해 우방국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을 비하한 것은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사회과학과 특임교수는 “막말은 지지층을 자극하고 결집시키기 때문에 대선이 다가올수록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며 “정치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여야 모두 막말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