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생산시대 소비자들과 달리, 현대 소비자는 능동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해석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아트슈머’로 발전하고 있다. 오늘날 소비는 △제품이 개발되기까지의 과정 △제품을 선택하기까지의 소비자 경험 △제품과 기업을 생활 일부로 맞이한 뒤의 삶 등 제품의 물질적·비물질적 가치를 통칭한다. 가치 있는 작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과제는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이다.
20세기 철학자 막스 호르크하이머(1895~1973)와 테오도어 아도르노(1903~1969)는 산업사회를 균질화된 문화의 사회로 봤다. 제품은 생산자의 의도대로 고정된 채로 시장에 주어지며, 실용과 수단으로서의 제품들은 개별적 차이 없이 동일한 대상물로만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로의 전환과 다양한 매체의 발달, 생산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소비자의 주체성이 증대됐다. 사회학자 콜린 캠벨(1968년~)은 그의 저서 《낭만주의 윤리와 근대 소비주의 정신》에서 이 같은 현대 소비자를 ‘기교적 소비자(The Craft Consumer)’로 정의한다. 기교적 소비자는 기존 상품에 자신의 방식을 더해 응용함으로써 2차적 재가공 활용이라는 현명한 소비를 얻는다. 앨빈 토플러(1928~2016)는 기교적 소비에서 나아가,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프로슈머(prosumer)를 정의함으로써 소비자의 변화를 예견했다. 오늘날 소비자는 단순히 기능적으로 생산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를 예술 작품과 같이 해석하고 더 나아가 그를 통해 자신의 삶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아트슈머(Art+Consumer)로 발전하고 있다. 해석과 창조의 소비자아트슈머란 작품으로 대응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함으로써 예술 작품의 창작과 감상을 경험하고 자아실현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가는 소비자다. 아트슈머는 다음과 같이 해석적 아트슈머와 창조적 아트슈머로 분류할 수 있다.
해석적 아트슈머에게 소비는 작품 안에 존재하는 생산자의 정체성과 철학을 발견하고 공감하는 행위다. 이들의 성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필수 요건이 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창조적 아트슈머는 작품의 물리적인 재창작자로서 새로운 가치를 생산한다. 이들이 만드는 제품과 콘텐츠는 또 다른 아트슈머에 의해 해석되며 소비되고, 기업이 갖고 있는 제품과 문화적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
일찍이 아트슈머를 알아본 기업은 구글과 애플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스마트폰 속 앱을 모아놓은 앱스토어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자사가 독점하고 배타적으로 운영하는 대신, 외부 기업은 물론 일반 사용자도 개발자가 돼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창조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매우 새로운 시도였다. 유튜브·앱스토어가 대표적구글이 제공해 온 유튜브는 일반 소비자가 유튜브라는 서비스를 수단으로 적극적인 창조적 아트슈머로서 자유롭게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사례로, 미국의 유튜버 롭 케니는 ‘Dad, how do I?’라는 채널을 만들어 아버지와 같은 조언과 팁을 이야기해주는 콘텐츠를 생산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일찍 여의어 성장하는 동안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꼈던 케니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이와 청년들을 위해 ‘인터넷 아버지’를 자청했다. 그는 면도하는 법, 넥타이 매는 법, 셔츠 다리는 법 등 대다수 사람이 아버지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우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소한 생활의 요소들을 일러준다. 이런 그의 채널은 2020년 4월, 채널을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200만 명의 구독자를 달성하며 급성장했다. 현재 전 세계 유튜브 채널 상위 1%에 랭크돼 있다. 그의 동영상들에는 아버지의 부재로 겪는 어려움과 아픔을 공유하고 그 공백을 채워주는 인터넷 아버지에 감사를 표하는 댓글로 가득 차 있다.
이외에도 각종 제품을 언박싱하고 리뷰하는 유튜버들 역시 해석적 아트슈머이면서 해석의 과정을 새로운 콘텐츠로 환원하는 창조적 아트슈머의 성공 사례다. 과거에는 소수의 평론가가 아트슈머로 활동했다면 오늘날에는 누구나 아트슈머로서 작품 해석과 제2의 창조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아트슈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제품과 기업 발전의 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컨슈머를 아트슈머로 다시 읽는다면 보이지 않던 기회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