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국회 본회의에서 전격 가결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초·중등교육의 창의와 다양성을 말살시킬 반(反)교육적 입법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이 개정안은 사립학교가 교사를 채용할 때 시·도교육청이 관리·운영하는 필기시험을 거치도록 의무화했다. 또 관할 교육청이 징계나 해임을 요구할 수 있는 대상을 학교장 및 교직원까지로 확대했다. 징계 요구를 강제화하기 위해 과태료 및 재심의 규정도 마련했다.
한마디로 사립학교의 모든 업무에 교육청이 일일이 개입하고 간섭할 수 있게 한 법이다. 학생선발권, 재정운용권, 교육과정 편성권을 오래전에 잃은 사학들은 마지막 남은 교사 인사권과 최소한의 학교 운영권까지 빼앗긴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사학 채용 비리가 만연하다’는 점을 폭주 입법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대다수 사학의 노력은 외면한 채 일부 비리로 사학 전체를 매도하는 명백한 과잉입법이다.
개정안으로 인해 법에서 보장한 사립학교 자율운영권이 크게 훼손됐다. 교육기본법(25조)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립학교를 지원·육성하고 다양한 설립목적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학의 자율권 훼손은 ‘자율형 자사고 폐지 정책’ 등과 맞물려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을 받을 선택권 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교사 인건비를 국고에서 부담하는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런 식이라면 세상에는 오직 국가만 남을 것이다. 또 그 재정지원이라는 것도 의무교육과 평준화로 일체의 자율을 묶어놓은 데 대한 보상 성격이 크다는 점에서 궁색한 논리다. ‘2차 면접’ 등을 통해 교사를 선택할 수 있다지만 재정지원을 빌미로 한 당국의 압박에 버틸 사립학교가 없다는 점에서 이 역시 속보이는 주장이다.
그러니 사학들은 “차라리 국가에서 모두 인수해 가라”며 반발하고 있다. 종교기반의 사학에 다른 종교적 신념이 있거나, 이념적 편향이 강한 교사를 내려보내도 받아야 할 판이어서다. 더구나 개정안은 학교운영위원회의 법적지위를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격상시켰다. 학운위가 학교장이나 이사장의 권한에 시시콜콜 간섭하는 길이 트인 것이다. 헌법 수호 책무를 지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려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