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속속 코로나19 백신 생산계약을 따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위탁생산(CMO) 사업이 주력인 대기업에 이어 휴온스 등 전통 제약업체들도 글로벌 기업의 코로나19 백신 CMO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 화이자, 중국 시노팜·시노백을 제외한 세계 주요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백신 허브’로 대한민국의 위상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러 스푸트니크’ 이달 상업생산 전망
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RDIF) 최고경영자(CEO)가 이르면 이달 방한해 ‘스푸트니크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맡기기로 한 국내 CMO 업체들을 만난다. RDIF는 러시아 가말레야 국립전염병연구소의 스푸트니크 코로나 백신 개발을 지원했다. 실질적인 ‘전주(錢主)’로 CMO 계약 주체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키릴 CEO의 방한은 러시아 스푸트니크 백신 국내 생산이 임박했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RDIF는 한국코러스컨소시엄, 휴온스글로벌컨소시엄과 각각 작년 10월과 올해 4월 스푸트니크 백신 CMO 계약을 맺었다. 한국코러스는 스푸트니크 백신 생산을 위해 이수앱지스, 제테마, 바이넥스 등 다섯 곳과 컨소시엄을 꾸렸고 휴온스글로벌도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등 세 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들은 CMO 계약 이후 백신 생산 설비 구축에 속도를 내왔다.
코러스컨소시엄은 현재 1주일에 400만 회(도스) 투여가 가능한 규모의 백신 생산 설비를 마련했다. 코러스 관계자는 “추가 설비 증설을 통해 1000만 도스 생산 체제를 갖추겠다”며 “러시아 보건당국의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GMP) 최종 승인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코러스의 스푸트니크 백신 생산은 러시아 현지 생산 물량을 제외하면 한국이 처음이다. 키릴 CEO가 방한하는 것도 ‘세계 첫 CMO 물량 출하’라는 상징성을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휴온스 측은 “내년까지 1억 도스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액 생산에 백신 개발까지코로나 백신 생산 허브 위상은 내년을 거치며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생산하는 백신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는데다 코로나19 백신의 대세로 자리잡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백신 원액 생산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GC녹십자는 작년 10월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과 최대 5억 도스 CMO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얀센과도 CMO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녹십자는 충북 오창에 최대 20억 도스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녹십자와 얀센 측이 CMO 계약을 위한 사전 미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얀센과의 계약이 성사되면 국내에서 생산하는 백신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스푸트니크에 이어 다섯 번째가 된다. 녹십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확정된 바가 없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상반기까지 mRNA 원액 생산을 위한 설비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모더나의 mRNA 백신을 주사용 유리용기(바이알)에 넣는 완제 공정만 맡고 있는데, 향후 원액 생산도 맡을 가능성이 있다. 모더나 고위관계자가 “한국에서 mRNA 백신 원액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만큼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토종 백신도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 상반기 코로나 백신 개발을 목표로 최근 임상 3상을 위한 첫 투여에 들어갔다. 이렇게 되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백신 위탁생산에 이어 자체 백신도 보유하게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외에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아이진 등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