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집값 1년새 19% '역대급 폭등'

입력 2021-09-01 17:19
수정 2021-09-02 01:15
미국의 집값 상승률이 3개월 연속 최고치를 기록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주택 공급 정책을 마련해 집값을 잡겠다는 방침이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6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미국 주택가격지수는 작년 6월보다 18.6% 상승했다. 이 지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칼 케이스 웰즐리대 교수가 공동 개발한 집값 변동 측정 도구다.

FT는 “케이스실러지수가 등장한 이후 지난 30여 년간 상승세가 가장 강하다”며 “기록적인 집값 상승률이 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6월 미국 20개 주요 도시의 케이스실러지수는 작년 동기보다 19.1% 올랐다. 예상(18.5%)을 뛰어넘는 상승률이다. 애리조나주 피닉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워싱턴주 시애틀이 가장 높은 집값 상승률을 나타냈다.

미국의 집값 상승세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시작했다.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넓은 주택을 찾아 교외로 이사하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여기에 건축 자재 및 노동력 부족, 목재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면서 주택 가격을 밀어올렸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낸시 반덴 휴턴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투자자가 주택을 매입해 임대 부동산으로 전환했다”며 “저렴한 가격에 매매될 수 있는 주택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미 중앙은행(Fed)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도 주택 구매 수요를 지속해서 자극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현재 연 3.0% 안팎이다. 이에 Fed가 국채 매입 축소에 앞서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규모를 먼저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지난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연례 경제 정책 토론회인 잭슨홀 미팅에서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착수 가능성을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이 집값 및 임대료 상승 등을 억제하기 위해 주택 공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백악관이 작성한 대책 초안과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대책은 주택 건설과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지역개발금융기관(CDFI)에 대한 기존 보조금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안과 국책 모기지 보증기관의 임대 아파트 투자를 늘리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연방주택국 보증 부동산을 우선 매입할 기회를 주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