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 개정안)이 31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적용 예정인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와 30% 수수료 정책은 국내에서 힘을 잃게 됐다.앱마켓 규제 전세계 확산 '신호탄' 될까구글의 인앱결제 방지를 위한 금지조항은 전기통신사업법에 신설된 50조(금지행위) 제1항의 △제9호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 △제11호 모바일콘텐츠 등의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 △제12호 모바일콘텐츠 등을 부당하게 삭제하는 행위 등 3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중복규제 논란이 있었던 50조 제1항의 10호와 13호는 법사위 상정 직전 삭제됐다.
국내 앱마켓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은 지난해 9월 게임 앱에만 적용해왔던 인앱결제를 게임 외 다른 디지털 콘텐츠 관련 앱에도 강제하고, 결제금액의 30%를 수수료로 받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앱마켓 시장은 구글 플레이스토어(72.1%)와 애플의 앱스토어(9.2%)의 점유율이 80%를 넘는다.
이에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구글 계획대로 30% 수수료를 적용할 경우 국내 콘텐츠 업계는 연간 2조원 가량의 수수료를 구글 측에 지불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구글플레이의 국내 매출 추정치는 5조47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66.5%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에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전 세계 최초로 제정되면서 앱마켓에 대한 반독점 규제가 전 세계적 확산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앱 마켓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구글 "법률 준수하는 방안 모색"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규제하면서 앱 마켓에 들어가는 사업자들의 선택권이 보장되게 됐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인앱결제와 외부결제 모두 허용하는 방식으로 갈 것으로 내다봤다. 사업자에 따라 결제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려하던 수수료 부담도 낮출 수 있게 됐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이 실시됐을 경우, 구글 앱을 통해 웹툰이나 웹소설 등 콘텐츠를 판매하는 사업자들이 100원 어치의 콘텐츠를 팔 경우 30원의 수수료를 내야 했다. 이 경우 콘텐츠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이같은 비판이 확대되자 구글은 일부 대상에 대해 수수료를 15%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법 통과에 대해 "구글은 고품질의 운영체제와 앱 마켓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면서 해당 법률을 준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향후 관련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법안 통과로 창작자와 개발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용자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정한 앱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개정안에 대해 "한국이 최초로 앱 마켓사업자의 의무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앱 개발자와 이용자에 대한 부당한 권익침해 문제를 해소했다"며 "공정하고 개방적인 모바일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유럽 등에서도 오픈 앱마켓 법 등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고 있는 만큼 세계적으로 앱 마켓 등 플랫폼 규제정책 입법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법 집행 등 과정에서 관계부처와 협력해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