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M&A 무산, 소송전 돌입…홍원식 前회장 "재매각 추진" [종합]

입력 2021-09-01 09:37
수정 2021-09-01 09:38

남양유업 매각 작업이 무산되면서 결국 소송전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사진)은 1일 사모펀드(PEF) 운영사인 한앤컴퍼니에 남양유업 주식매매계약(SPA) 해제를 통보했다. 홍 전 회장과 그의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를 3107억원에 한앤컴퍼니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한 지 3개월 만이다.

홍 전 회장은 다른 매수자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앤컴퍼니가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황인 만큼 법정 분쟁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홍 전 회장은 1일 한앤컴퍼니에 남양유업 SPA 해제를 통보했다고 법률대리인인 로펌 LKB앤파트너스(엘케이비)가 밝혔다.

홍 전 회장 측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매각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해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매수자 측이 계약 체결 후 태도를 바꿔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인수·합병(M&A)이 어그러진 데 따른 소송전이 불가피하다. 오너 일가가 전격 매각을 결정,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SPA을 체결했으나 막판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홍 전 회장은 이번 계약 해제 통보의 책임을 한앤컴퍼니에 돌렸다. 계약 체결 전 쌍방 합의가 된 사항에 대해 이행을 요구한 것을 한앤컴퍼니가 부풀렸다는 주장이다.

홍 전 회장 측은 "매수인(한앤컴퍼니)은 계약이행 기간 중임에도, 협의는 커녕 부당하게 가처분 신청마저 했다"며 "악의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해 '노쇼'라고 저를 비방한 일체의 과정에 대한 책임도 묻겠다"고 날을 세웠다.

다만 홍 전 회장 측은 경영권 매각 약속은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홍 전 회장은 "경영권 매각 약속을 지키려는 저의 각오는 변함 없이 매우 확고하다. 매수인과의 법적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즉시 매각 절차를 다시금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앤컴퍼니는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에 SPA 매도인들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냈다. "매도인 측의 이유 없는 이행지연, 무리한 요구, 계약해제 가능성 시사로 인해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라고 한앤컴퍼니는 설명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불가리스 코로나19 마케팅’ 무리수로 추락한 남양유업을 급하게 매각에 나선 홍 전 회장 측이 과거 거래된 음식료업체들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가격에 매각돼 SPA 체결 이후 마음이 바뀐 것으로 봤다. 대법원까지 소송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다음은 홍 전 회장의 입장문 전문.<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우선 지난 5월 27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어느덧 석 달이 지났음에도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보지 못하고 이렇게 마무리 짓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본인은 대표매도인으로서 이미 8월17일에 밝힌 것과 같이 임시 주주총회일 이전에 거래종결일을 7월30일로 볼 수 없고, 거래종결을 위해서는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매수인측에 전달하고 이에 대한 협의를 이어나가고자 했습니다.

이는 당사자 간 합의가 끝난 이슈임에도 매수인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들은 인정할 수 없다면서 돌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며, 주주총회를 연기하게 된 것도 매수인이 계약서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도 지키지 않은 채 황급히 거래를 종결하려 하였기에 저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습니다.

주총 연기 후 저는 위 문제에 대해서 매수인과 협상하려 했으나 매수인은 언론을 통해 저를 비난하거나,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막대한 손해배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겁박하기만 할 뿐, 대화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계약상으로도 8월31일까지는 협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음에도 매수인은 이보다 일주일도 더 앞선 8월23일, 주식 양도 소송을 제기했다고 압박하는가 한편, 아직 계약이 유효함에도 비밀유지의무를 위배하고 여러 차례 계약이나 협상의 내용을 언론에 알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매수인은 흡사 제가 53%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서도 결정할 수 없는 중대하고, 남양유업에 무슨 결정적 장애가 될 수도 있을 만큼의 무리한 것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모두 쌍방의 합의가 됐었던 사항임에도 이를 침소봉대하여 발표한 것일 뿐입니다.

오히려 M&A 거래에서는 이례적일 만큼 저는 이번 계약에서 계약금도 한 푼 받지 아니했고 계약의 내용 또한 매수인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한 계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경영권 교체라는 대의를 이행하고자 주식 매각 계약을 묵묵히 추진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매수인은 저의 곤궁한 상황을 기회로, 거래종결 이전부터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기도 하고 저와 사전에 했던 약속마저 지키지 않은 채 서둘러 거래를 종결하려 했던 것입니다.

저는 마지막까지 계약이행을 위한 최선을 다하였으나 결국 무산되었고, 그렇게 계약서에 정한 8월31일이 도과되었기에 부득이 계약을 해제하게 되었습니다.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라는 열매를 맺지 못하게 돼 다시 한번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하나, 선친 때부터 57년을 소중히 일궈온 남양유업을 이렇게 쉬이 말을 바꾸는 부도덕한 사모펀드에 넘길 수는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남양유업이란 이름 안에서 오랜 시간 함께한 임직원, 주주, 대리점, 낙농주, 그리고 고객들에게 있어 그것이 남양유업 대주주의 마지막 책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계약을 해제할 수밖에 없게 만든 매수인에게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 다시는 이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이 없게끔 하고자 합니다. 이번 일을 통해 많은 시간적,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음은 물론이며, 계약 과정에서 저를 기망한 사실이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검토하겠습니다. 악의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여 ‘노쇼’라고 저를 비방했던 일체의 과정에 대한 책임도 묻겠습니다.

특히 매수인은 계약이행 기간 중임에도, 협의는커녕 부당하게 가처분 신청마저 하였습니다. 계약해제 통보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취하하지 않는다면 그에 따른 손해배상 역시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경영권 매각 약속을 지키려는 저의 각오는 변함없이 매우 확고하다는 것입니다. 매수인과의 법적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즉시 매각 절차를 다시금 진행할 예정이니 이번 일로 실망하지 마시고 향후 과정을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