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택배 대리점주가 노조원들과의 갈등 끝에 세 자녀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집단 괴롭힘과 태업,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는 유서를 남겼다.
31일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53분께 김포시 한 아파트 화단에 40대 A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아파트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A씨는 김포에서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을 운영하는 점주로 확인됐고, 그의 옷 주머니에서는 A4 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족 측이 공개한 유서에는 "처음 경험해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되었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또 "지쳐가는 몸을 추스르며 마음 단단히 먹고 다시 좋은 날이 있겠지 버텨보려 했지만 그들의 집단 괴롭힘,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태업에 우울증이 극에 달해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적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말께 노조에 가입하고 불법 태업에 나선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었고, 이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택배대리점연합회는 유족과 함께 이들을 경찰에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국택배노조 측은 자체 조사를 통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고 경찰 조사에도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A씨와 노조의 갈등은 수년동안 지켜지지 않은 수수류 정시 지급 문제에 대한 개선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면서 "원청은 책임을 대리점에 전가하며 을과 을의 싸움으로 만들어왔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상중인 관계로 노조는 '불법 파업' 등 진위를 다투는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이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