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부동산 대책’에 따른 3차 공공택지 확정지에서 공직자 투기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그제 정부 발표를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이 믿을까 싶다. 광명·시흥 신도시에서만 LH 직원 땅 투기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쏟아졌는데, 전국 10곳에 14만 가구가 들어설 드넓은 땅에서 공직자 투기 의심 사례가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백번 양보해 정부의 부동산 투기근절 대책(3월 말), LH 중간 수사 결과 및 혁신방안(6월 초)이 공직자 투기 가능성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제도적 허점을 빈틈없이 막았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이전의 투기행위 흔적을 모두 지우긴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LH 직원 및 친인척 4명을 구속하는 데 그친 땅 투기 중간 수사결과는 의혹의 크기에 비해 결과가 초라하다는 지적을 이미 한 차례 받은 터다. 그런데 3차 택지에서도 공직자 2만6000명 조사(국토부·LH·경기도시공사·인천도시공사 전 직원의 토지소유 조사)에 ‘투기 의심 0건’이라고 하니 잘 믿기지 않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투기의 기본’인 가족을 이용한 차명거래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전직 공직자나 국회의원, 지자체 공무원까지 조사하지 않은 ‘반쪽 조사’ 탓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과천과 가까운 의왕·군포, 구리, 세종시 등은 서울 다음으로 투자가 몰리는 곳인데, 국토부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한계 때문에 4개 기관 조사에 그쳤다는 설명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추가로 실시한 3만2000건의 실거래 조사에서 법령 위반 의심 거래 229건이 확인된 만큼, 여기에 공직자 친인척과 지인이 연루됐는지 들여다보는 게 제대로 된 조사일 것이다. 물론 투기 조사 때문에 추가 택지 발표를 수개월 미뤄야 했던 정부의 조급한 심정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마음을 더 뺏겼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어설프게 ‘셀프 면죄부’를 주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농지법 위반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될 만큼 토지 투기가 횡행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공직자 투기 조사는 더욱 철저하고 한 점 의혹 없이 진행돼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의 투기근절 대책은 사후약방문에 그치고,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의 기초가 흔들릴 위험성이 크다. 설마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