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동반자 역할을 하면서 제2의 배달의민족, 토스를 발굴해내겠습니다.”
배달의민족에 초기 투자해 26배를 번 것으로 유명한 김창규 KTB네트워크 대표(사진)는 31일 기자와 만나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벤처캐피털(VC)의 본질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KTB네트워크는 국내 1세대 VC로 불린다. 1981년 문을 연 공기업 한국기술개발이 전신이다. 40년의 업력을 쌓은 KTB네트워크는 운용자산(AUM)이 1조1200억원에 달하는 ‘톱티어’ VC가 됐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몰로코 등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키워냈다. 배달의민족에는 2014년 23억원을 투자해 올초 625억원을 회수(엑시트)하면서 26배의 차익을 실현했다. VC업계에선 그와 KTB네트워크를 두고 “될성부른 떡잎을 잘 알아본다”고 평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54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 회사가 투자한 레인보우로보틱스, 원티드랩, 엔피, 오비고 등이 올해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코넥스시장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바이오회사 툴젠을 비롯해 아이돌 ‘마마무’ 소속사인 RBW 등도 IPO를 준비 중이다.
1994년 KTB네트워크에 입사한 김 대표는 “벤처캐피털은 스타트업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피투자기업이 부침을 겪더라도 성장성을 보고 끝까지 함께하는 관계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한 스타트업이 어려울 때 재무 지원뿐만 아니라 경영 측면에서도 지원해주려 하고 있다”며 “투자사와 피투자사, 출자자(LP)들의 이해관계가 일치돼야 투자도 성공하고 기업도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벤처 붐을 사회적 선순환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으로 몰려들던 유능한 인재들이 스타트업으로 가기 시작한 게 시작이다. 이들이 새로운 산업을 일구고 기업 가치를 키우면서 자본을 끌어오고, 유능한 인재가 다시 몰려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런 분위기의 시초가 쿠팡이라고 했다. 그는 “스타트업이던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며 성공한 것처럼, 앞으론 해외 증시 상장은 물론 인수합병(M&A) 등의 자본시장 자체가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유망하다고 보는 산업은 ‘모빌리티’다. 김 대표는 “사람의 이동 측면도 있겠지만, e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물류의 이동도 모빌리티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며 “이미 세계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투자해놨다”고 했다. KTB네트워크가 투자한 모빌리티 관련 스타트업은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한 에어택시 회사 조비에비에이션을 비롯해 △호라이즌보틱스(중국 자율주행) △그랩(동남아시아 차량 공유업체) △포티투닷(한국 자율주행) 등이다. 포티투닷은 현대자동차와 롯데그룹 등도 투자한 회사다.
KTB네트워크는 연내 증시 입성을 계획 중이다. 최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2019년 미래에셋벤처투자·컴퍼니케이파트너스 IPO 이후 2년 만의 VC 상장이다. 아주IB투자를 넘어 VC 대장주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