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젊은 여성의 살 찌우기를 소금 섭취량 줄이기와 함께 올해 국민 영양 중점과제로 선정했다. 젊은 여성들이 말라도 너무 말랐기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20대 여성 가운데 체질량지수(BMI)가 18.5 미만의 '저체중'에 해당하는 비율이 21%에 달했다. 1981년 13%에서 8%포인트가 늘었다. 성인 여성 전체를 따져도 저체중의 비율이 약 10%로 주요국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한국(5%)의 2배이고 스페인(1%)에 비해서는 10배에 달한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은 2% 수준이었고, 스위스와 프랑스도 3% 안팎이었다.
20대 여성 5명 가운데 1명이 저체중인 상황을 일본 정부가 국가적인 위기로 규정한 까닭은 미래의 국민 건강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특히 걱정하는 것은 저체중 신생아의 증가다.
저체중 여성은 저체중 신생아 출산 위험이 표준체형의 1.5배에 달한다. 조산 위험도 높다.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이는 성인이 된 뒤에도 당뇨병과 심장병, 고혈압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일본의 저체중아 출생비율이 10%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에 이어 2번째로 높다.
본인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올해 6월 후생노동성 산하 연구회는 보고서를 통해 "젊은 여성의 저체중화는 일생 동안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영양부족으로 인한 골밀도 저하와 빈혈, 생리불순 등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문제는 '마른 것이 이쁘고 좋은 것'이라는 젊은 세대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키모토 히데미 국립건강·영양연구소 식육(食育)연구부장이 지난 3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30대의 저체중 여성 70%가 "식습관을 개선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국립의료연구센터가 올 봄 초등학교 4학년에서 고교생까지 남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40%가 "현재의 자신은 너무 뚱뚱하거나 뚱뚱한 편"이라고 답했다. 다키모토 부장은 요미우리신문에 "마를수록 이쁘다는 편중된 가치관 때문에 저체중을 건강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후생노동성이 '젊은 여성 살 찌우기 대책'으로 먼저 내놓은 것은 임산부의 체중 관리다. 다이어트로 저체중 상태를 유지하는 여성은 임신을 해도 체중증가에 저항하는 경우가 많아 태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올 봄 임신 중 적절한 체중증가량 기준치를 15년 만에 개정해 3㎏ 더 올렸다. 이전까지는 저체중 임산부가 임신 기간 9~12㎏ 체중이 늘어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올해부터는 이 기준이 12~15㎏으로 늘어났다.
일단 임산부부터 시작해 젊은 여성의 저체중 상태를 개선한다는게 일본 정부의 전략이다. 이타쿠라 아쓰오 준텐도대학 교수는 "성장기 여성의 저체중 문제는 중장년이 됐을 때의 본인은 물론 다음 세대의 건강까지 영향을 미치는 '미래의 위험'"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