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영아 강간·살해범 신상 공개 못한 이유는 [법알못]

입력 2021-08-31 11:21
수정 2021-08-31 11:26


'20개월 여아를 끔찍하게 학대하고 성폭행해 살해한 아동학대 사건 피고인 신상 공개를 원한다'는 청원 글에 10만 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동의했다.

27일 공개된 해당 청원 글에는 "이렇게 잔인무도하고 인간이기를 포기한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다른 신상 공개 대상자와 차별이 될 것이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배우 정보석 또한 29일 자신의 SNS에 "암울하고 화나는 뉴스를 많이 들었다. 과연 그런 인격을 가진 사람을 이렇게 익명으로 보호해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정보석은 "누구나 이 세상에 올 때는 귀한 뜻을 가지고 소중하게 왔을 텐데, 힘없고 저항할 수 없는 아이들을 상대로 폭행을 하고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인간들은 다시는 사회로 돌아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분노하며 "대전의 '양 모 씨'에게 회복할 수 없는 중벌이 내려지길 촉구한다.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 제발. 또한 신상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기죄 등으로 복역한 뒤 최근 출소한 양모 씨(29)는 지난 6월 15일 새벽, 술에 취한 채 20개월 된 딸을 이불로 덮은 뒤 주먹으로 수십차례 때리고 발로 수십차례 짓밟는 등 1시간가량 폭행해 숨지게 했다. 아이가 잠을 자지 않고 운다는 이유였다. 아이가 사망하자 친모 정모 씨(25)와 함께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 안 화장실에 방치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양 씨가 학대 살해 전 아이를 강간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된 점이다. 지난 27일 첫 공판에서 양 씨는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양 씨의 신상 공개를 하지 못 한 이유는 무엇일까.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양 씨의 기소 죄명은 아동학대 살해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의 혐의다."라면서 "양 씨는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라 수사단계에서 할 수 있는 신상공개는 이미 지나갔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수사단계에서 신상공개 신청을 못한 이유는 신상공개가 딱 2가지 범죄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2가지 경우는 '특정강력범죄'와 '성범죄'를 범했을 때다.

여기에 더해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양 씨가 받는 '아동학대살인죄'는 최근 신설되어 특정강력범죄처벌법에 아직 포함이 안 돼 있다"라면서 "어처구니없게도 살인죄보다 더 강력범죄인 '아동학대살인죄'는 신상 공개대상 범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법무부 혹은 국회의 직무유기다"라며 "또 다른 혐의가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죄'인데 신상 공개 대상이 되는 성범죄다"라고 강조했다.

양 씨의 신상 공개 신청을 위해서는 성폭력 범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가능하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처음에 언론에서 성폭행 범죄 가능성에 대해 말했을 때 수사기관은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또 양 씨가 수사단계에서 철저하게 범행을 부인했다"라면서 "정말 증거가 충분하지 못해 신상 공개를 못했을까? 어린 20개월 아이에 대한 부검보고서에는 성폭력 여부가 분명히 드러나 있었을 것이다.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양씨 성폭력에 의해 입은 아이의 상처는 처참하도록 명확했을 것이다. 부검보다 정확한 물증이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검찰이 기소하려는 죄명을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죄'로 마음먹었다면 그때라도 경찰에 신상 공개 여부에 대해 논의가 필요했다고 보인다"라면서 "양 씨에 대해서는 무기징역 등의 중형 선고가 예상되므로 앞으로 양 씨 '얼굴', '이름' 등을 알기는 어렵게 됐다"라고 꼬집었다.

놀라운 점은 유전자(DNA) 조사 결과 양 씨는 피해 아이의 친부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지만 범행 당시에는 친딸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 씨는 양 씨로부터 폭행, 협박에 시달려 극도의 공포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가 딸을 성폭행하려 할 때도 지시에 따라 현장이 아닌 곳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양 씨는 장모에게도 "어머님과 성관계를 하고 싶다"라고 음란 메시지까지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될 경우 양 씨에게 성 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함께 내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검찰은 오는 10월 8일 예정된 공판에서 양 씨의 구형량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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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